"노인들 중에는 '이 나이에 뭘 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것 실현할 수 있다"

"이번에는 1등할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이용구(63) 씨는 지난달 24일 88체육관에서 열린 2008 어르신 정보화 제전 '인터넷 과거시험'에서 강원도 대표로 참가해 제3부문(만 55~64세)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로지 독학으로 공부한 그이기에 시험 대비반에서 준비해온 쟁쟁한 대도시 노인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전국대회에 한 번 입상하면 향후 5년간 출전이 금지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당신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많다며 쑥스러워 하던 그는 알고 보니 인터넷이나 컴퓨터로 겨루자면 일반 젊은이들이 울고 갈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씨는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35년간 교직생활을 해온 그는 지난 2000년(당시 만 55세)과 2001년 컴퓨터활용능력 2급과 워드프로세서 1급을 땄다.

2003년부터 각종 승진에 자격증이 적용되면서부터 자격증 붐이 일기 시작했으니 그가 자격증시험에 도전할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 대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시험을 치러야할 만큼 드문 일이었다. 또 한창 명예퇴직 바람이 불 때도 그는 남들보다 정보에 능통하고 시대흐름에 빠르게 적응했기에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불안감이 덜했다.

선견지명이 있어서였을까. 새로운 것에 대해서 만큼은 빠르게 받아들일 줄 알고 늘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씨가 바로 그런 부류였던 것이다.

2002년 강원도대회 은상, 지난해 강원도 금상, 올해 강원도 우수상과 전국대회 동상까지 거머쥔 이면에는 더 빛나는 과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교단에 설 당시 학교신문을 직접 컴퓨터로 편집해 만들기도 하고, 학성초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학교 홈페이지를 관리했다. 전교생 사진을 비롯해 어린이회장 선출 등 각종 행사사진을 1년에 1천장씩 올리는가 하면 매주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주간학습예고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당시 타 학교들은 지면을 통한 서식으로 전달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서 했던 것 뿐"이라며 "업체에 의뢰하던 타 학교들에 비하면 비용이 절약된 셈"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에 학부모들은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다.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천초교 교장으로 가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지난 2005년 방통대 3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영어와 한자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처음엔 선생님들이 좀처럼 협조를 해주지 않았지만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오전8시30분부터 돌아가면서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하고 교장 자신도 1시간씩 참여했다. 처음엔 다들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이행한 결과, 영어인증시험 펠트(PELT)에 20%, 한자검정시험에 47%에 달하는 학생이 합격률을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육성종목인 탁구에 있어서도 하루 1시간 반 정도의 연습으로 그치던 시스템을 하루 4~5시간 운동하게 해 교장인 그가 직접 30분 거리인 아이들의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길 반복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교보생명배 전국탁구대회 선발전에서 탁구계 강팀이었던 남춘천초교와 붙어 기적처럼 이기는가 하면, 강원도소년체전에서는 피가 마르는 3시간의 긴 결승전 끝에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학교에서는 길이 남을 신화와도 같았다. 대개 부모가 장애를 안고 있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불우한 환경 속에 지내던 탁구부 아이들에게 그는 생명과도 같은 꿈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그에게 신조가 있다면 매사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그는 "시골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영월군에 거주할 때에는 군의 농촌정보화 선도자로 선정돼 마을회관에서 농한기를 이용해 7~8명의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원주의 노인들에게 컴퓨터교육을 지도해 전국대회에서 우리 원주가 입상할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이다"고 말했다. 도내 대회는 작년까지 원주에서 휩쓸다시피 했고 올해도 4명이 입상했지만 전국대회에서는 워낙 쟁쟁한 노인들이 많아 밀린다는 것.

그는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며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