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생산되는 옻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 옻산 함량이 72.5%로 일본산(67.2%), 중국산(62.1%), 남원산(66.7%)보다 월등히 많고 수분이 적기 때문이다.
대륙성 기후와 해안성 기후가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고 강우량이 많아 적정량의 습기를 제공하는데다 중성 및 알카리성 토양으로 배수가 잘돼 옻나무 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품질의 우수성을 감안해 강원도는 옻나무 주산단지 조성 5계년 계획을 수립,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원주에 옻나무 58만8천본을 무상 공급했다. 이후에도 원주시에서 매년 무상 지급해 92년부터 공급된 전체 묘목은 129만주이다. 뿐만 아니라 묘목 식재비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보더라도 5천500여만원을 들여 묘목 6만9천주를 공급했고, 식재비 2천만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17년간 공급된 물량에 비해 실제 재배되는 옻나무는 턱없이 적다고 농가들은 말한다. 5∼7년간 재배 후 잘라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농가들에 따르면 외지인들이 밭떼기로 구입해 옻닭, 옻오리 등을 파는 식당에 넘긴다. 원주옻영농조합법인 박치현 대표이사는 "옻나무가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전했다.
농가들은 원주시에서 매년 공짜로 주기 때문에 잘라 판 뒤 되심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농가소득에 일조는 했을지언정 옻나무를 특화시켰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인 이형만 씨는 "8∼10년 정도 키워야 옻 진액을 채취할 수 있는데 당장 돈이 궁한 농가들 입장에선 서둘러 식용으로 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옻나무를 재배하는 조모 씨는 "원주시에서 사후관리를 안하기 때문"이라며 "식용과 진액용을 구분해 공급한 뒤 매년 점검하면 수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농민은 "옻 진액이 넉넉히 확보되면 수입산보다는 비싸고 국내산보다는 저렴한, 특화된 칠기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 않냐"고 제안했다.
이와 별개로 원주시는 2006년 옻·한지로 정부에서 전통산업특구를 지정받을 당시 소초면 학곡리에 옻 향토음식점을 테마화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특구를 지정받기 위한 계획이었다"면서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시에서 2㏊ 규모의 집단재배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문화재청에 요구한 예산이 확보되면 내후년까지 10㏊로 확대해 옻 진액 등 부산물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