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상지대학교 교수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나는 지난 번 미국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의미 깊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현재 팍스 아메리카로 표현되는 세계 질서의 중심 국가의 대통령이 어떤 가치관과 통치 철학을 갖고 있는가 하는 관심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그 내용이 무한 경쟁의 현 세계 질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기도 하고 어쩌면 평범해보이기도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기본적 핵심은 시민 정신, 즉 공익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후진국 대통령 같았으면 경제 발전이라든가 추상적 민주주의와 같은 거창한 구호가 나왔을 것이다.
그것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뤄낸 나라의 여유 같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그러한 발전과 안정을 가져올 수 있었는가를 알 수 있는 사회적 기초 내지는 철학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민주주의를 구경하고 쓴 토크빌의 관찰이 그대로 현재까지 내포되어 있었다.


사실 이상적 민주주의는 인구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실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인구 5만 정도의 아테네 같은 소규모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인구 26만의 원주 같은 도시에서도 사실상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인구 2억5천만의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그 기본적 전제에 대해서 아직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그들 사회가 얼마나 견실한가를 나타낸다.


우리 사회는 고도 성장의 기치 아래 피상적 성공은 달성했으나 아직도 기초가 부실하고 그 기초 중 중요한 요소로서 신뢰감이나 공익 정신이 대단히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부실 공사처럼 언제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불안정 지수가 세계 5위로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전쟁 중인 나라에 거의 육박하는 지수인데 거기에다가 한국의 수도 서울은 물가지수가 세계 5~6위를 달리고 있으니 한국을 탈출하는 이민자 수가 많다는 것이 반드시 교육 문제 뿐만이 아니고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된 것으로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두가 기본이 돼야 된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기본이란 무엇일까? 현대 정치학자인 퍼트남(R. Putnam)은 신뢰, 협동, 자발적 결사체 같은 것들을 사회적 자본이라 명칭하는데 이러한 다분히 심리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갖춘 사회가 공동체 사회로서 경제 발전과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음을 미국 보스턴 시 연구 조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우리 사회보다는 일본 사회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견실한데 그 사회의 근저에는 집단간 경쟁과 동시에, 보다 큰 집단간 경쟁에 있어서는 내부적으로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는 동조의 정신이 내재해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웃 정선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카지노와 그 부대 시설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 상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애써 이룩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제도에 머물 뿐 효율성은 이전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넘어선 공익에 대한 의무감이 지역의 기초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그러한 강한 사회적 자본은 결과적으로 지역의 발전과 공동체성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내 많은 현안들에 대한 시민들의 공익 정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때이다.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