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부박(浮薄)한 세태를 비웃는 말에 집에 기르는 강아지란 놈도 짓기를 멈추었다는 풍자가 있다.
도적을 지키는 것이 일인데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도적으로만 보이니 차라리 입을 닫아버렸다는 이야기인데, 웃어버릴 일만도 아니다. 어쩌면은 속담이 아닌 작금의 세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실인지 모르겠다.
금융감독원은 개혁의 핵심기구로서 구조조정을 채찍질해야 하는 최고의 지도기관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썩고 있었다.
주식투자를 해서는 안되는 금감원 간부가 주식에 투자를 하고, 주식을 상납 받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은 뇌물로 받아 챙겼다니 더 할 말이 없다. ‘한빛게이트’에 이어 ‘정현준게이트’가 한바탕 정국을 회오리칠 모양이다. 정관계에 대한 무성한 로비의혹은 겨우 자리잡던 상생의 정치가 다시금 상극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쯤 되면 무수한 정치인이나 관료들 중 누가 도적이고 아닌가를 어찌 구별할 수 있겠는가.
국민정부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중의 하나가 벤처정책이었다.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며 4조원의 기금을 퍼 부었다. 그러나 벤처붐을 일으키는데 진력한 탓인지 허술한 관리로 인해 눈먼 돈이 되어 버렸다.
일부 벤처경영인의 도덕적 타락은 차치하고라도, 사이비 벤처인들의 투기꾼적 투자수법과 문어발식 기업확장에는 당국자 혹은 사회 특권층과의 검은 유착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어찌 그뿐이랴. 교육기관은 사회로부터 보호받는 특수사회이기에 전쟁중에도 학교문은 닫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신성한 학교에서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수업을 폐하고 집회장으로 가 버렸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나 도덕적으로나 직업 윤리면에서는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로부터의 스승님으로서의 칭송이 지극히 염려되는 모럴 해저드의 전형이다.
이러한 와중에 일산 신도시에서 시작된 러브호텔을 쫓아내기 위한 시민의 투쟁이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 가고 있는 것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주택가는 물론 심지어 학교 인근까지도 점령하고 있는 러브호텔은 비난을 받아 마땅할 뿐더러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당연히 폐쇄하던가 쫓아내야 한다.
그러나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이들 러브호텔을 몰아내는 것만으로 청소년이 보호되고, 부적절한 사랑이 자취를 감추어 우리 가정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PC방 비디오방 전화방 화상대화방까지 동네마다 갖가지 방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방에서 간단한 클릭만으로 포르노사이트를 만날 수 있으며, 오락과 채팅하는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방은 다 놔두고 러브호텔만 몰아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성을 도둑질하는 도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회의 지도층에서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모럴 해저드에 오염되어 있다. 이러한 오염은 엉키고 설켜 어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구릴 수록 정관계와 유착되는 검은 사슬들을 먼저 끊어버린다면, 나머지는 차근차근 풀어질 수 있지 않을까. 동네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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