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으로 야기된 소위 의료대란은 의사, 약사및 이를 중재하는 정부 삼자만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대 사안이기에 피해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넋두리라도 몇 마디 던지고 싶다.
물론 그들에게 잘 들리지 않겠지만. 조물주가 인간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준 것은 두 번 듣고 한번 말하라는 행동규범의 이치로서, 자신의 목소리가 클 때에는 당연히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때로는 말없는 다수의 침묵이 경원 당하거나 충정 어린 소수의 의견이 묵살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점을 분쟁 당사자들은 먼저 인식하여야 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알려 관료들을 설득시키고,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집회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그러나 단순할 수 있는 축구경기 하나로도 국가간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하물며 복잡 다양한 논리만으로 ‘의료의 기피는 살인’이라는 폭언을 들으면서까지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어떠한 주장도 반대논리가 상존 하는 한 유일한 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와중에서도 서로간에 타협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안은 불행하게도 극단적인 대립일수록 궁여지책(窮餘之策)이 되며, 겨우 한가지 방책만인 궁여일책(窮餘一策)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궁여일책은 살기 위해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극약처방일 수도 있다. 암과의 투쟁을 위해 항암치료의 고통을 이겨내는 환자들을 주위에서 늘상 보아 왔지 않았던가. 그들은 환자에게 치료의 고통을 주면서까지 살리기 위한 모든 의료수단을 이용했듯, 어떠한 해결방안이 제시되던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고통들이 반드시 수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기꺼이 감내하여야 한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의약분업이 늦어진다고 불평할 국민들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 해서 반드시 주어진 기간내에 실시하라는 법은 없다. 차라리 이러 저러 문제가 있어 충분히 대처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국민을 설득한다면 오히려 국민은 더욱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걸프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 영국을 위시한 연합국측에서는 일본의 전쟁지원을 요청했고, 당시의 일본국민들은 철저하게 반대하는 민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직접 총리가 TV 방송을 통하여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눈물의 진실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이튿날 언론은 ‘총리의 눈물’이라는 제하로 대서특필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반전의견은 수그러들어 전쟁지원책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오늘날 우리 정부의 처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회정치의 나라 영국에서도 중요 정책이라던가 중요 법령을 제정하고자 할 때 심각한 반대운동에 부딪칠 경우 흔히 ’연기’ 또는 ‘조건부’라는 양보방법을 쓴다고 한다. 2차 대전후에 노동당 내각에서 무슨 주요기업을 국유화하고자 하는데, 보수당에서 극력 반대를 하고 그래서 그 법안을 통과시키되 차기내각이 된 뒤부터 시행을 한다는 부칙을 붙였다는 것이다. 총선거를 거쳐 차기내각에 또 노동당이 되느냐 하는 것으로 그 주요법안의 지지여부를 저울질해 본다는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중도안을 도출하는 영국의 민주적인 절차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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