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직접 부쳐먹게 배려 … 흐리거나 비오면 안성마춤

지짐이촌

해물파전 녹두 빈대떡 감자전 인기 메뉴
바닥에 멍석 깔아 분위기도 한몫

하루종일 날씨가 흐려있더니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날에는 막걸리에 파전이 제격인데….”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 해물파전을 지져서 막걸리 한 사발 꿀꺽꿀꺽 목을 넘기는 그 맛.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발걸음을 재촉해 단관택지에 위치한 ‘지짐이촌(대표:정수학)’으로 향한다. 들어서니 분위기가 제대로다. 바닥에는 멍석이 깔려있고 천장까지 닿는 대나무, 창호지를 바른 칸막이까지. ‘파전에 막걸리는 이런 분위기에서 마셔야 제 맛이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 전문점답게 지짐이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손님들이 직접 부쳐서 먹는다는 점이다. 반죽상태로 주기 때문에 전을 부치는 동안 군침이 절로 돌아 미각을 자극한다. 따뜻한 상태로 먹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전을 부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만 특성에 따라 부치는 크기와 두께가 다르다.

굴전과 참치전 등은 작게 부쳐야 맛있고 감자전, 해물파전, 오징어지짐이 등은 중간 크기로, 장떡과 부추전은 크게 부쳐 먹어야 그 맛이 산다. 처음 오는 손님은 정 사장(42)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을 자를 수 있는 가위나 칼을 갖다 주지 않는 것도 남다르다.
전은 젓가락으로 찢어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을 부치는 기름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대부분 식용유를 쓰지만 이 집에서는 콩기름과 들기름, 올리브유, 참기름을 일정한 비율로 혼합한 기름을 사용한다. 일반 식용유보다 느끼함이 적고 고소한 들기름 향이 전의 맛을 돋우어 준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

노릇노릇하게 익은 전은 지짐이촌 간장소스에 찍어먹어야 제 맛이다. 양조간장에 식초, 양파, 청양고추 등 8~9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간장소스는 느끼함도 없애주면서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손님들이 가장 즐겨 찾는 전 3총사는 해물파전과 녹두빈대떡, 감자전이다.
해물파전은 오징어와 굴, 홍합, 새우, 바지락 등 5가지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특히 굴과 홍합은 냉동이 아닌 생물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싱싱한 쪽파 위에 해물이 가득한 반죽을 올리고 계란을 뿌리는 데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7천원.

주문이 들어오면 불린 녹두를 즉석에서 갈아 만드는 녹두빈대떡도 인기메뉴. 옛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고사리, 숙주, 돼지고기, 다진 김치, 녹두만으로 만드는데 고소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녹두빈대떡은 돼지기름으로 부쳐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손님들에게는 돼지기름을 따로 내준다. 7천원.

감자전도 주문을 하면 바로 갈아내는데 믹서가 아닌 강판을 사용, 식감을 살렸다. 감자의 고유한 맛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부추와 당근 등 들어가는 재료를 최소화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손님들에게는 청양고추를 넣어주기도 한다. 6천원.


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동동주와 막걸리가 제격이다. 달착지근한 동동주는 여자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고 구수한 막걸리는 남자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술 맛 좋다며 따로 사가는 손님들도 많다고. 동동주 4천500원, 막걸리 4천원.

영업시간은 오후3시부터 새벽2시까지. 좌석은 72석 정도로 넉넉하다.
▷문의:763-0610(지짐이촌)

<김설영기자>
김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