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같이 구수한 손 맛 “다 돼 가유”
젓갈백반, 황태해장국 추천 메뉴 … 조미료 거의 사용 안해

“다 돼 가유. 푹 끓어야 맛있지유”.
단구동 판부농협 옆 청학동식당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성질 급한 손님은 “다 돼 가유”를 다섯 번쯤 들어야 주문한 음식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주 성질 급한 손님은 “푹 끓어야 맛있지유”란 핀잔 아닌 핀잔을 주인할머니로부터 듣기 일쑤다.
청학동식당 남궁선녀(63) 할머니는 충남 공주가 고향이다. 결혼해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20여년간 살다가 원주에 뿌리를 내리게 됐지만 고향말씨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또 푸근하면서도 느릿느릿한 말씨처럼 음식도 곰삭아야 맛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어 손님들의 채근이 남궁 할머니에겐 재촉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 돼 가유”가 입에 붙었다.
숭늉같이 구수한 “다 돼 가유”를 듣고 싶어 일부러 독촉하는 단골들도 있다고 한다.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다가 ‘느림의 미학’을 느끼고 싶어 찾는 건 아닌지.
남궁 할머니가 식당을 한 지는 6년째. 그 전에는 10여년간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단다. 그러다 사진관을 하는 아들 김춘수씨(49)가 어머니 음식솜씨가 아까워 직접 식당을 해 보지 않겠냐고 권해 시작하게 됐다.
청학동식당은 4인석 테이블이 달랑 5개뿐인 아주 소박한 식당이다. 하지만 이런 탓에 남궁 할머니 혼자 힘으로 차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판에는 뼈다귀해장국, 내장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감자탕 등 소주 한 잔이 그리운 음식들이 즐비하다.
그래도 주력음식은 따로 있는 법. 남궁 할머니는 젓갈백반(5천원)과 황태해장국(5천원)을 자신있게 권한다. 젓갈백반은 5∼6가지 젓갈과 5∼6가지 밑반찬으로 구성된다. 어리굴젓, 아가미젓, 창란젓, 오징어젓, 조개젓, 갈치속젓 등이 오르며 게장도 오른다.
젓갈은 젓갈마을로 유명한 충남 강경에서 공수해 쓴다. 원재료를 공수할 뿐 젓갈 맛은 남궁 할머니 손에서 나온다. 일일이 손질하고 양념해 상에 올린다.

“젓갈 살 수 없겠냐”는 문의전화 끊이지 않아
‘공기밥 추가는 공짜’ 할머니 인심 풍성

재료가 뛰어난데다 할머니 손맛까지 더해져 젓갈을 살 수 없겠냐는 문의가 종종 접수된다. 차마 팔지는 못하고 맛이나 보라고 조금씩 담아 준다고 한다.
또 할머니 인심은 밥으로도 이어진다. 뜨거운 밥에 젓갈 올려 먹는 맛에 푹 빠져 수저를 연신 놀리다 공기밥을 추가하더라도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황태해장국은 뚝배기에 잘 마른 황태와 무, 콩나물을 넣고 기름에 달달 볶다가 끓는 물을 붓고 한소끔 더 끓여 낸다. 전혀 특별할 게 없는데 구수한 맛에 이끌린 손님들은 자꾸 청학동식당을 찾게 된다.
굳이 비법을 찾자면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할머니가 조미료 맛을 싫어해 음식을 할 때 웬만하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 식당의 비법은 할머니 손맛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황태해장국과 함께 나가는 밑반찬 중 곰삭은 김치와 김치국물은 입맛을 동하게 만든다. 김치국물을 해장국에 부어 한술 뜨면 뜨거운데도 ‘시원하다’는 말의 속뜻이 어렴풋이 다가온다.
▷문의:762-5986(청학동식당)
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