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향수와 신세대 취향 공존…‘오감만족’

흑백영화 스틸·통기타 가요 추억선물
레드·블랙·터키그린 세련된 감각 표출

지금의 30~40대들이 청춘을 묻었던 80년대 ‘칼질’할 수 있는 요리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통했다.
유년기 특별한 날 벼르고 별러 맛볼 수 있었던 음식이 자장면이라면 청년기 경양식 집은 미팅을 통해 만난 상대방과 모처럼 큰 맘 먹어야 가는 곳 중 하나.
지금이야 아련한 옛 기억일 뿐이지만 가끔은 그 시절 분위기가 그리운 법.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친구들과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아 추억에 잠겨 보자.

단관택지 치악고등학교 인근에 자리잡은 하이델베르그(사장:김용원)는 386세대들에게 추억의 향수를 선물하고 신세대들에겐 깔끔한 외관과 인테리어로 사랑을 받으면서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카페와 호프집의 장점만을 차용해 가족간 외식자리나 부담없는 술자리로도 안성맞춤.
입구를 들어서면 통기타와 청바지 세대로 대변되는 추억의 발라드와 올드 팝 등 분위기를 사로잡는 옛 음악들이 감미롭고 홀과 룸을 구분하는 원형 칸막이마다 빼곡하게 내걸린 250여개 흑백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로 치면 ‘찰리 채플린’부터 ‘제임스 딘’까지, 영화로 보면 모던타임즈부터 에덴의 동쪽까지 무성영화와 흑백 영화의 스틸 컷들이 벽면 전체를 채우고 있다.

4개의 독립된 룸이 있으면서도 원과 직선을 적절히 배합해 막힘 없이 소통 가능하게 한 공간이나 레드와 블랙, 터키그린으로 꾸민 실내도 예사롭지 않다. 하나 같이 강렬한 색으로, 제각각 따로 놀 수 있는 색들이 온전한 앙상블을 이룬다.
알고 보니 인테리어 작업을 직접 한 김용원 사장은 전직 디자이너란다. 이 곳을 열기 전까지 김포시가 투자한 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했다니 전문가 손길을 거친 실내 구석구석에 다시금 눈길이 머문다.
식사는 정식, 케이준치킨 정식, 돈가스, 생선가스, 오므라이스 등 자신있는 5가지 요리만 제공한다. 선택의 폭은 좁지만 하이델베르그의 모든 음식은 정직하다.

집에서 직접 기른 4가지 허브를 함께 올린 샐러드나 질 좋은 안심을 양념한 뒤 일주일간 김치냉장고에 숙성 했다가 요리하는 점 등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 직접 만든 소스와 드레싱, 감자스프도 별미. (6천~1만3천원)
7천원인 돈가스를 오후 12~3시 사이에만 5천원에 제공한다. 개업 1주년을 기념해 한 달간만 계획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주변 단골들의 원성 탓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니 모질지 못한 그 성품에 오히려 정감이 간다.
독일 연수기간 그 곳 호프집 분위기에 반해 하이델베르그를 열게 됐다는 김 사장은 그 때문인지 술 욕심은 끝이 없다. 생맥주는 물론 7가지 국산맥주와 18가지 수입 맥주를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분위기나 메뉴로 보면 고급스럽지만 대부분 1만~1만5천원인 안주들이 푸짐해 얇은 지갑걱정은 일단 덜어 두어도 좋다.

피로연, 생일파티, 동창회, 동호회 모임 등 지금도 각종 모임장소로 애용 되고 있지만 김 사장은 이 곳을 갤러리로 활용, 원주시민의 문화예술공간으로도 운영할 예정이란다. 시화전, 사진전 등 지역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한편 소장하고 있는 자료나 소품을 이용한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80여 좌석에 주변 주차공간이 여유롭다. 낮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 ▷문의:765-1121(하이델베르그)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