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특유의 잡내 제거…못 먹던 사람들도 비위 상하지 않아

재료도매 20년 안목 ‘최고재료’ 선별
매콤한 ‘귀바퀴무침’ 서비스도 일품

전통음식을 좋아하는 서민들에게 간식거리나 술안주거리로 순대만큼 적당한 게 없다.
찹쌀과 선지 등 영양가 풍부한 재료가 들어가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한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 그렇지만 순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까탈스런 손님들에게 순대는 그저 비위상하는 혐오식품’의 하나일 뿐이다. 모처럼 자리를 함께 한 일행 중에 이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그 날 행동통일을 하기란 요원하다.

이럴 경우 평원로 구 금성호텔 뒤편에 자리한 경북순대(사장:민연순)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골들은 이 집 순대를 일컬어 ‘순대같지 않은 순대’라고 평가한다. 칭찬인가? 의문이 드는 이런 반응은 경북순대에 순대특유의 잡내가 없다는 데 기인한다. 만들기 전 깨끗한 손질과 생강, 무 등의 재료를 이용해 잡내를 줄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일등공신은 경험과 재료에 있다.
사장 민연순씨(46)는 20여년간 축산부산물 도매업소인 경북축산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20여년간 원주시내 각 순대집 등에 막창, 오소리감투, 선지, 내장 등을 공급했으니 자연스럽게 체득된 안목은 최고의 재료가 아니면 눈길조차 주기를 꺼리게 한다.

30여년간 부모님이 운영하던 것을 물려받은 것이니 실제론 50년 전통이 담겨 있는 셈이다. 현재는 민 사장의 부군이 운영을 맡아 경북순대에서 쓸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이름 값을 하려면 그만한 내력이 필요한 법. 민 사장은 중앙시장에서 경북순대를 운영하던 모친 안성오 여사(1990년 작고)와 충남 대천에서 30년간 한식집을 운영한 시어머니 윤춘심 여사(66)의 솜씨가 경북순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소개한다. 두 분에게 물려받은 노하우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 만든 것이 경북순대의 맛이라는 게 민 사장의 설명. 시어머니 윤 여사는 지금도 틈틈이 가게를 찾아 직접 간을 보고 조언을 하는 민 사장의 일등 조력자다. 그래서인지 전통방식에 신선한 야채와 찹쌀을 아끼지 않고 풍성하게 넣어 부드러움을 더한 순대는 유난히 쫄깃하다. 야채고기순대 3천원, 순대에 머리고기, 간, 오소리감투, 애기집 등을 더한 모듬순대는 5천원.

깔끔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순대국밥은 12시간 우려낸 돼지사골 육수에 맛 비결이 숨어 있단다.
미나리, 쑥갓, 팽이버섯 등 9가지 야채가 막창, 곱창, 오소리감투 등과 어우러지는 내장전골은 또 하나의 별미. 진한육수에 고춧가루, 들깨가루, 청양고추 등 15가지 재료를 배합해 하루 숙성시킨 양념장이 더해지면 술안주로 그만이다. 1만~1만2천원.
전골을 시킨 후 꼭 챙겨야 할 것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귀바퀴무침. 민 사장이 직접 개발한 귀바퀴무침은 경북순대에서만 맛 볼 수 잇는 음식이다. 돼지 귀를 주 재료로 매콤하게 무쳐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순대집 답지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 뒤에는 민 사장의 또 다른 능력이 숨어 있다. 창 밖에 진열된 분재처럼 보이는 모든 공예품은 민 사장이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들. 홀 안 벽에 걸린 꽃누름 액자들까지 감상하고 있으면 갤러리에 딸린 고급 카페테라스도 부럽지 않다.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며 매주 일요일은 휴업. ▷문의:732-2591(경북순대)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