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부녀회에서 2년 이상 숙성한 묵은지 들여와

김치국밥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묵은지고등어조림은 미리 예약해야

김치는 숙성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특히 잘 익은 묵은지는 언제나 먹고 싶어 입맛을 다시게 하는 음식. 더운 여름철 찬물에 밥을 말아 곁들여 먹어도 좋고 찌개나 조림에 사용해도 일품이다. 그 중에서도 묵은지와 삼겹살은 찰떡궁합이다. 삼겹살의 느끼함을 개운하게 가셔 주는 게 바로 묵은지의 맵고 톡 쏘는 신맛.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삼겹살은 자칫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묵은지의 유산균이 이를 상쇄해 준다. 비타민 B1이 현미보다 2배나 많은 삼겹살은 여름철 물놀이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원기를 북돋운다.

원일로 지하상가 사거리 대한생명 옆 골목 안에 자리잡은 ‘화로묵은지삼겹살(대표:양관분)’은 묵은지와 삼겹살의 절묘한 조화를 내세워 단 시간에 원주시민들의 입 맛을 사로잡았다. 화로묵은지삼겹살이란 상호로도 명성이 높지만 양관순(42)·관분(38)·관선씨(35) 세자매가 우애를 나누며 함께 운영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전주가 시댁인 둘째 관분씨가 남도민들이 즐겨먹는 묵은지를 한 번 맛 보고 그 맛에 흠뻑 빠져 버린 게 오늘날 화로묵은지삼겹살집을 내게 된 동기란다. 이 정도 맛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고 세자매가 의기투합해 지금의 삼겹살집을 열게 된 것.
초기 관분씨 시어머니가 직접 담가 공수했던 묵은지는 이젠 시어머니 혼자 힘으로는 그 양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 요즘에는 시어머니가 속해 있는 전주 부녀회와 계약을 맺고 2년 이상 숙성시킨 묵은지만을 받아쓰고 있다.
묵은지를 활용한 대표메뉴는 역시 삼겹살과 목살. 그날 쓸 만큼만 매일 들여오는 신선한 생고기를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힌 후 묵은지와 싸먹으면 묵은지의 신맛과 돈육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식성에 따라 기름장, 새우젓, 겨자소스를 찍어 먹어도 좋고 함께 내는 무 초절임과 곁들이는 것도 일품.

홍천 화로구이보다도 맛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고추장삼겹살은 관분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낸 소스에 그 맛의 비결이 숨어 있다. 평창 친정에서 직접 재배해 말린 국산 태양초 고추가루와 집에서 직접 만든 매실즙 등 16가지 재료로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냈다. 묵은지삼겹살·목살, 묵은지고추장삼겹살·목살 모두 7천원.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묵은지와 갖가지 재료를 더해 끓여 주는 김치국밥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음식. 아무리 배가 든든해도 먹지 않으면 후회 막급이다. 2천원.????
이 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저녁 손님들이 묵은지삼겹살 매니아라면 점심시간에 주로 찾는 직장인들은 물어 볼 것도 없이 묵은지고등어조림에 올인한다는 점. 양씨 세 자매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묵은지고등어조림은 예약하지 않고서는 구경도 못하는, 말 그대로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란다.

북어머리, 다시마, 표고버섯 등 10여가지 재료를 3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에 무, 묵은지, 고등어를 차례대로 올리고 은근한 불에 다시 3시간 이상 자작하게 조려 낸다. 여수 돌산 갓 김치를 곁들여 감칠 맛을 더한 것도 특징. 소금을 치지 않고 그대로 구워 간장에 찍어 먹는 김 구이에 고등어조림을 싸 먹는 맛도 색다르고 제철재료를 활용해 매일마다 바꿔 상에 올리는 밑반찬도 깔끔하다. 7천원. 친정에서 직접 띄운 청국장(5천원)과 생선구이 정식(6천원) 등 직장인들이 가볍게 점심 식사로 먹을 수 있는 메뉴들도 한결같은 고향의 맛을 자랑한다.
60여 좌석에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주차장이 따로 없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중앙로 노상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비를 대신 내준다. ▷문의:742-0743(화로묵은지삼겹살)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