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제 기념 치악산 백일장 중등부 산문 장원
펑펑 건물이 날아 갈 듯한 소리. 얼른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행사 때마다 봉천내에서 시작되는 불꽃놀이는 놀란 가슴에다 설레임까지 멈출 수 없게 한다. 아름다운 오색 유성들이 지구로 곤두박질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봉천내를 4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나만큼 오갔던 기억을 가진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이른 아침 둔치에서는 이슬 맺힌 들꽃들이 반짝거리면 싱그러운 인사를 보낸다.
또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는 얼마나 정겹게 나를 맞이해 주었던가? 그 다리 아래로 흐르던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은빛 사인으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귀여운 물고기들, 난 어릴 적 추억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2002 월드컵 축구대회’ 때 온 가족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파도 같은 붉은 물결을 이루며 한 목소리


“오 필승 코리아”


그날의 함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봉천내는 원주 시민의 하나 된 모습을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매년 태풍과 장맛비에도 큰 피해 없이 원주를 지켜준 고마운 존재 역시 봉천내였다.
그런 봉천내에 대한 원주 시민들의 각별한 사랑으로 지금 새 단장이 한창이다. 나무로 만들었던 출렁다리가 없어졌을 때 나는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가 컸다.


하지만 이내 튼튼한 다리가 새로 놓여져 어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이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봉천내 주위에서 운동으로 또는 이야기로 또는 노래로 시름을 달래며 휴식을 취한다.


조금 있으면 시원하고 넓은 다리 위에서도 봉천내를 바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둔터에는 더 많은 나무와 풀이 자랄 것이고 어릴 때 보았던 작은 곤충들의 소리와 움직이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가끔 학교에서 교외 정화 활동을 하러 봉천내로 나온다. 나만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진 봉천 내에서 쓰레기와 오물들을 열심히 줍다보면 어느새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내 여름 교복 바지엔 커다란 얼룩이 두 군데 새겨져 있다. 그것은 언젠가 봉천내에 갔을 때 검은 기름을 봉지에 주워 담다가 그만 바지에 튀어서 생긴 자국이다.


친구들은 나보고 왜 바지를 새로 바꾸지 않느냐고 하지만 난 그 바지를 입으면 왠지 가슴이 뿌듯하다.
내가 봉천내를 아낀 흔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바지를 졸업할 때까지 늘려서라도 입을 작정이다.
오늘 아침에 봉천내 스탠드를 내려오면서 깨진 유리병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화가 났다.


누군가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병을 내던져 박살을 낸 모양이다.


난 마음이 아프고 우울해졌다. 좀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과연 이렇게 했을까? 대충 큰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담았다.


원주의 아늑한 쉼터를 이용 할 줄 안다면 지켜 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난 교외 정화 활동을 좀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꿈을 키워 주고 돌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꿈을 키워 주고 또 간직해 온 봉천내를 잘 가꾸고 돌보았으면 한다.
행복해 하는 봉천내를 바라보며 나도 나이가 들겠지?


먼 훗날 이 곳에서 내 아들과 딸들에게 추억을 들려주며 봉천 내를 함께 가꾸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지에 묻은 얼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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