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바이어와 약속 안지켜 자초한 일

지난해 내수가격 높아지자 수출 외면 화근

지난 2002년 치악산배가 처음으로 대만 수출길에 오르자 농업 관계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판로를 뚫은 이상 품질만 유지된다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농협 원주시지부의 알선으로 무역업체인 영성상사가 참여했으며, 그 해 1억1천만원 어치의 치악산배가 대만에 수출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작년, 수출 물량은 첫 해의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3천600만원 어치를 수출하는데 그친 것. 수출물량이 급감한 이유는 배 작황이 부진해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자 원주의 농가들에서 수출을 외면하고 내수판매로 전환했기 때문.

그러자 영성상사 측은 물량이 터무니없이 적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이미 내수로 마음을 굳힌 농가들은 모른 척 했고, 결국 영성상사는 치악산배 수출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치악산배 수출길이 막힌 이유다.
농협 원주시지부 관계자는 “농산물 수출은 농민과 바이어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농민들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해 수출길을 막아 버렸다”고 혹평했다. 더구나 올해는 배 작황이 좋은 편이어서 생산량이 평년보다 늘면서 생산량 대비 판매량이 50% 수준에 머물러 수출길이 막힌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농가들은 지난 15일 시작돼 오는 21일까지 서울 그랜드백화점에서 열리는 특판행사인 강원도브랜드대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원도와 농협 강원지역본부 등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원주에서는 치악산배를 출품하게 됐다. 백화점 측은 소비자들 반응이 좋다면 특판행사가 끝난 이후 계속 치악산배를 납품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는 게 농협 원주시지부 반응이다. 특판행사에는 여러 농가에서 배를 납품하게 되는데 이때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섞어 파는 속박이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원주시지부 관계자는 “만약 이번 특판행사에서 속박이 등으로 치악산배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 발생된다면 이는 치악산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치악산복숭아, 치악산장미, 치악산찰옥수수 등 치악산이란 통합브랜드를 사용하는 원주의 모든 농특산품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농가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이 제발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