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띠 잇기


소박한 절골마을 농수로에

곰비임비 덧씌어진 검은 파문

점령군같이 꼭뒤누르는 오만으로

물고기들 똥줄빠지고, 여린 모조차

맥살없이 논바닥에 주저앉는데



구리터분하게 쏟아버리는 폐유



JP-8 이라고 큰 코쟁이 앞에

들이밀어도, 모르쇠 오리발 내미는

파렴치한 양심

캠프롱, 캠프이글, 녹사평역 무수한 기름유출…

동강난 땅, 엉그름 같은 가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몽니



가슴 한 켠에 웃자라나는 독버섯을 키웠구나



원주사람들 손에 손 맞잡고

성역의 터를 굳게 에워쌓며

힘차게 벽을 허물어트리는

분노의 파도가 되리 통일의 바람이 되리



인간띠를 잇고 이어서 땅을 되찾아야 하리



철조망을 따라 꽃씨를 뿌리며

군림하는 자들의 행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이 땅의 참된 주인되어

오래된 상흔을 말끔히 씻어내고

푸르른 꿈으로 영글어가는

통일맞이 꽃님으로 오소서



.............................................................................................................................................




※절골마을 : 원주시 태장2동 2통3반 마을

※JP-8 : 미군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형 유류의 일종



시인 이창희

약력

○ <오늘의 문학> 신인작품상

○ <사랑아 사람아> 시집 발간

○ 민족문화작가회 강원지회 회원

○ 민예총 문학원주지부 회원

○ 사회문화연대회원

○ 현 태장연세의원 임상병리 실장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