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생한 학교이야기 6

특기적성교육 운영여하에 따라

아이들 학교만족도 크게 좌우

딸아이가 올해 특기적성으로 신청한 것이 요리반이다. 첫 시간에 ‘생선까스’를 만들었단다.


솜씨 자랑하겠다던 주말이 바로 오늘이다. 토요일 낮잠은 즐기는 편인데다 며칠 잠을 설쳐 무척 피곤하다. 내 상태를 이야기하니 재료 사러 장에만 같이 가자고 한다. 이후에는 알아서 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

오가는 길에 얘기가 바쁘다. 요리반 ‘짱’(낙하산 인사)이 되었다나.

“서양요리 간 맞출 때는 어떤 후추 쓰나요?”하는 질문에

-백 후추

“생선까스에 필요한 소스이름은?”

-타르타르 소스


했더니 애들과 강사선생님 모두 ‘뜨아앙’ 하더란다.


“경양식당 주방 보조 출신인가 했겠다”는 건 내 말. 백 후추, 타르타르 소스가 낯설기는 나도 마찬가지.


요리관련 스크랩을 하고, 주방기구 회사에서 주는 요리책을 나보다 더 열심히 보더니 제대로 입력이 되었나보다.

두 아이 모두 음식에 관심이 많아 요리책 보기를 즐기는데, 나는 그 장면에 동참하기가 항상 불편하다.

‘폼나는 요리 해달라는 무언의 시위? 협박?’


high thinking은 무지하게 노력해야 하지만, simple life는 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간소하게 먹고, 간단하게 입고 살자는 주의니까….

한숨 자고 났더니 남편이 퇴근했다. 딸아이는 그사이 생선을 맞춤하게 튀기고, 그 위에 직접 만든 타르타르 소스를 구름처럼 얹어 내왔다.
맛도 그만이고, 모양도 좋다. 다음주엔 초밥이란다.

“난 처음 배운 음식 두어번 해봐야 안 잊어먹겠던데.
그 주에 배운 건 주말마다 복습 겸 해보는 것은 어때?” 내 제안이 좀 속 들여다뵈었나 몰라.

어쨌든 흔쾌히 응했으니, 토요일마다 애 덕에 한끼를 멋지게 해결하게 생겼다.

긴 겨울 god 열성팬을 자처하면서 묘하게 폐쇄적이고, 이유없는 공격성을 드러내던 아이가 학교생활이 괘도에 오르면서 유순해졌다.


3년 전 특기적성 교육이 처음 시도되었을 때,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외부강사를 영입하고 기왕의 사회시설을 이용하던 들뜬 열의는 일단 사그라졌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교과형 특기적성’-공부가 특기고, 적성이라는 이름으로 애들과 학부모, 교사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실업고, 중학교, 초등학교는 특기적성교육의 운영여하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만족도가 크게 좌우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원칙을 지키는 사회, 하도록 되어있는 대로 특기적성, 특활반, 학생자치회를 살려내면 학교의 희망은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특기적성으로 음대, 미대 가느냐 식의 냉소를 쏟아내지 말자. 단지 아이들 숨통 좀 틔워주자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유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