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을 사랑하자


히딩크는 세계 유명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면서도 고향 언론사에게는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 완벽하지 않은 K리그에 많은 축구팬이 박수를 보내듯 어려운 여건에서 지역소식을 전하는 그들의 노력에 애정을 보내 주었으면 한다.




권 오 승


·원주고졸

·서울대 국어과졸

·경향신문 문화방송 기자

·서울방송 경제부장, 편집부국장


·(현) 국민연금 원주지사장



히딩크 축구 대표팀감독은 떠났지만 그이에 관한 뉴스는 아직도 솔깃하다. 연고주의의 타파, 과학적인 훈련, 철저한 경쟁, 충분한 보상등 히딩크식 지도력은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연구가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히딩크의 고향사랑, 고향신문과의 신뢰와 우정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월드컵 기간 동안 히딩크는 세계적인 유명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줄줄이 거부한 것으로 유명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네델란드의 중소도시 파르세펠츠, 그이의 고향 언론사로부터 전화가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라디오 대담이건 신문 인터뷰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사람은 유명해지면 올챙이 적 관계는 잊는게 세태인데 그이의 사람됨을 다시보는 대목이다. 그러나 서구사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단 히딩크 뿐만 아니라 대부분 서양인의 고향신문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보편적이다.


필자의 언론계 선배 한분은 프랑스의 인구 수천명 정도되는 마을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신문 구독 행태를 살펴 보았더니 마을주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조선, 중앙, 동아 같은 르몽드나 르피가로 대신 지역신문을 구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마을신문의 1면 톱뉴스는 “빵집 주인 폐렴으로 입원”이었다. 1면에는 또 큼직한 사진 두장이 나란이 실렸다.


문 닫힌 빵집과 병실에 누워 있는 빵집주인의 모습이었고 마을의사가 “1주일쯤 입원해야 한다”는 인터뷰도 실렸다. 빵집기사로 도배를 한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거리에서 벤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매일 아침 이 빵집에서 갓구어낸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대부분 마을주민에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판이 어쩌구 미사일 회담이 어쩌구 하는 신문은 안중에도 없다. 당장 아침을 굶어야 한다는데 이 뉴스보다 큰 뉴스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지역신문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구사회는 지역신문을 통해 이웃을 알고 배우고 신뢰한뒤 나라로,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신문 원주투데이가 지령600호를 펴 냈다. 국내 지역신문으론 드믄 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지역신문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는 먼저 독자와 원주시민에게 지역신문을 사랑하자고 부탁하고 싶다.


전통 깊은 전국지나 다른 큰 신문과 평면적인 비교에 앞서 인내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서양의 신문이 지역신문부터 전국지로 발전하는 풀뿌리 역사를 갖고있다면 우리는 전국지 중심, 1도1신문 원칙을 오래 유지해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신문이 나라 잃은 민족의 정부 역할을 해야 했고 독재시대에는 민중의 저항을 대변해야 했다.
지역신문이 발붙일 공간이 없는 시절이 오래 이어졌고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재정, 적은 인력, 일천한 세월 속에서도 지역사회의 소식과 정론을 일구는 그들의 노력에 격려와 애정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마치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K리그에 많은 축구팬이 운동장을 찾아 박수를 보내듯.


다음으로 지역신문은 빨리 자신의 패러다임을 찾도록 노력하라는 부탁이다. 독자들은 신문을 통해 기사라는 상품을 구매한다. 상품이 신통치 않을 때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신문에서만 살 수 있는 기사를 독자는 원하는 것이다. 관급기사나 행사기사보다 시민에게 이익이 되고 보탬이 되는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


기자는 항상 알리고 싶은 뉴스와 독자가 알고 싶은 뉴스 사이에 고민을 한다. 그러나 지역신문은 주민과의 밀착여부가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프랑스 빵가게 기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믿는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소식은 동시간대에 듣고 보면서 우리동네 우리도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게 요즘 세상이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바로 등잔밑을 환하게 밝혀 주는 것이다. 지방화 없이 세계화는 없다. 올바른 지역신문은 주민 모두의 소중한 재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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