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아침이면 자녀들을 태워 등교 시키는 진풍경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원주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중학교 배정방식을 ‘선지원후배정’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원주에서는 자신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받아 왔다. 소위 ‘뺑뺑이’로 불리는 이방식은 운이 없으면 바로 집앞에 중학교를 두고 멀리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어떻게 보면 공정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불편하게 하고 경제적으로도 들지 않아도 될 교통비 지출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개선이 요구되어 왔다. 그러나 일부 사립학교의 반대로 유보되어 오다가 내년 신입생부터는 제도를 개선한다고 한다.
사립학교들이 이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선지원후배정 방식을 도입할 경우 소위 좋은 학교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그렇지않은 학교는 지원자가 적어 자연스럽게 학교서열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의 우려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에게 안 겪어도 될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만일 우려가 사실대로 나타난다해도 개별학교의 문제이므로 교육수요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제도 자체를 들먹거려서는 안된다. 따라서 원주교육청의 이번 결정은 늦은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내년에 중학생 자녀를 두게될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매우 반가운 조치가 아닐까 한다.
물론 선지원후배정 방식을 실시한다고 해서 모두가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약 80%의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가게 될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해도 이 방식은 교육수요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원주교육청의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교육당국의 공식적인 결정인데도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지난해에도 이같은 방식이 검토됐으나 일부 사립학교가 반발하자 뒤늦게 시행을 유보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4.13 총선시 각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으로 내걸은 고교입시 평준화 문제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선거가 끝난지 6개월이 되도록 이렇다할 말 한마디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것은 떳떳치 못한 행동이다. 그런점에서는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평상시는 가만히 있다가 입시때만 되면 목소리를 높일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해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한다. 넓은 의미에서 지방자치는 교육자치를 포괄한다.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에만 맡겨둘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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