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찬 언
(원주투데이 편집인)
나는 얼마전 원주시 여성발전협의회의 특강을 요청 받고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솔직히 말해서 난감했다. 왜냐하면 요사이 여성이 주체가 되어 남녀평등, 성희롱 등등 하루 하루 여성을 위하는(?) 단어들이 난무하여 더욱더 난감하기도 했다.
나는 여성의 위치가 남과여를 비교하는 비교대상 자체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엔 막강한 권리행사

남과여는 어디까지나 동등한 위치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구국운동과 여성’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제목을 주최측에 알려 주었다. 아마 일부에서는 제목자체가 현실에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성이 왜 여권신장을 해야 하는지 목표의식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어 구국하는 마음으로 여성운동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그렇게 잡은 것이다.
원주만 해도 근래 많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여권 운동을 맹렬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운동의 목표의식이 남과여의 평등에 등식을 두고 활동 하는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실상은 우리 조선여인들은 남성보다도 막강한 의무와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모계사회가 그렇고, 고대시대도 그렇다. 한 예로 모 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는 「왕건」에서도 두여성이 대조를 이루면서 행동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첫째부인은 뼈아픈 자기 고통을 감내해 가며 일편단심의 마음으로 왕건을 차지해 본 부인이 되었고, 둘째부인은 흔히 여인 하면 눈물과 사랑으로 애절한 표현을 했으나 이 여인은 왕건과 동등한 위치에서 첫번째 부인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모습등은 고려여인이 남성 못지 않은 위상을 당당히 보여 준 것이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결혼식을 처가에서 하고, 결혼 후에는 사위가 일정기간 처가살이를 하는 풍습이 일반적이었다.

고려시대 여성이 호주되기도

재산상속 역시 모든 자녀에게 고르게 돌아갔고, 권리는 곧 의무인 만큼 재산 균분상속의 권리는 의무로 이어졌다. 부모가 살아 있을때 함께 봉양하고 부모가 죽어서는 딸도 제사를 올릴 의무가 주어졌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또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었다.
남편이 죽을 경우 비록 장성한 아들이 있어도 어머니가 호주가 되기도 했다. 또 당시에는 남녀가 혼인을 하면 신부가 가져온 재산은 신부의 소유였으며, 이혼하면 이 재산을 친정쪽에 귀속시켰다.
그러나 집단·가문·남성·장자 중시의 유교적 사상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조선조 말에는 우리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려는 의지로 남성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여성운동을 했다.
여성운동으로는 애국운동, 구국운동, 독립운동으로 승화시켜 1920년대 여성운동이 절정을 이루기도 했다.
특히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수많은 단체를 조직하며 구국운동에 나섰던 것도 여성들이었다. 이때의 여성들이 해방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작금의 여성운동은 그 역사적 뿌리를 찾지 못하고 단지 서구민주주의에 근원을 둔 신문화 여성운동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니 여성운동이 쉽사리 자리 잡힐지가 의심스럽다.
모 정권때 일제탄압의 상징물 이라며 중앙청을 부수며 ‘역사 바로 세우기’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이때 나는 어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역사를 어떻게 바로 세우란 말인가?
역사를 바로 알자고 하면 그것은 이해가 갈 수 있으나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바로 세우란 말인가?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역사를 왜곡하자는 말 밖에 안되는 것이다.

일제시대 중추적 역할 담당

우리는 이와같이 정치 놀음에 곧잘 놀아나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나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여성운동은 남녀 평등이 아닌 ‘여권 되찾기 운동’을 가정에서 부터 전개하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의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가 어디인가. 그것은 가정이외에는 없다. 가정을 저버리고 어떻게 여성운동을 한 단 말인가 우리의 옛 남성들도 부인에게는 깍듯이 존대를 했을 뿐 만 아니라 곡간 열쇠도 부인이 관리했다. 그러기에 새 며느리를 들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은 있어도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갈등은 거의 없었다.
가정에서의 여성운동을 도외시하면, 언젠가는 여성의 입지가 더 어려워 질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운동을 하는 여성분들은 진정한 여성은 남녀평등이 아닌 의무와 권리를 되찾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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