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승 준(시인·원주농업고등학교 교사)
■1956년 춘천 출생
■춘천고, 강원대 국어교육학과및
상지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2년 제5회 <시와 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시단 데뷔
■1998년 제1회 <열린 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시조단 데뷔
■<북원문학상>및 <치악예술상>수상
■<시와 시학>동인, <오늘의 시조학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 <사랑, 내 그리운 최후>
■저서:<한국 현대시 400선 - 이해와
감상>1·2


현란한 율동과 준수한 용모, 그리고 강렬한 눈빛으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 ‘마침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미국인 판사 앞에서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그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무를 다하겠다고 몇 번씩이나 다짐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엎어버렸다.
28개월간의 공익근무 입대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내린 그의 이번 결정으로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금연 홍보 대사’에서 그를 해촉했으며, 그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고 있는 한 통신업체는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고심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곧 내보낼 속편 광고 방송을 보류했다고 한다.
어떤 한국인이 이민을 가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아니 비난할 수도 없다.


세계화 시대에 그런 선택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며, 오히려 잘 되기를 빌어주는 게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다.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누더기가 되어 버린 작금의 우리 현실을 고려한다면, 필자도 당장 이민을 가고 한국 국적을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때로는 이 나라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유승준의 결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조국이 아니라, 엄청난 부와 영화를 안겨다 준 ‘은혜로운’ 조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만 ‘군대에 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임을 부정했다. ‘군대에 가겠다’고 공언하며 쌓은 좋은 이미지로 엄청난 인기와 부를 누리다가 갑자기 말을 뒤엎은 것이다.
현행 병역법은 해외 영주권을 소지한 이라도 1년에 2개월 이상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면 즉시 징병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다가 일정한 연한이 지나 시민권을 획득하면 자동으로 국적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영사관이나 법무부에 신고하는 즉시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76년생인 유승준은 가족과 함께 89년 12월 7일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가수 활동을 위해 8년만에 홀로 돌아와 한국과 미국을 들락거리며 지금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지난해 그는 한 음반사와 2장의 앨범에 대해 2년간 전속 계약을 맺고 37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2000년 한해 동안의 CF 모델 수익금만도 22억원이 넘는다니 그가 지금까지 모두 여섯 번의 앨범을 내는 동안 그가 버린 조국이 그를 청년 갑부로 만든 셈이다.


결국 그는 수십억원의 돈을 벌고 화려하게 인기를 누리는 한국인으로는 살겠지만, 군대에 가야 하는 보통의 한국인으로는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 이것마저도 개인의 선택이라 하자.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다만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앞으로도 이 나라 백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모진 추위와 싸우며 국토 방위의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의 평범한 아들과 동생과 형과 오빠들이, 계속 TV에 나와 현란한 춤을 추며 떼돈을 버는 유승준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행여 이민을 갈 형편도 못 되는 제 부모들의 무능력을 욕하지는 않을까? 유승준은 그때도 그만의 눈빛으로 팬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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