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전해주는 메신저

매년 장마 때가 되면 10년 전 군생활 생각이 난다.

그 시절, 공군에서 군생활을 했던 내 주업무는 비행기와 관련된 일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비가 오면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마 때 업무는 다른 날과 180도 바뀌게 된다.

물론 비가 오더라도 정비, 청소 등 업무가 있지만 장마처럼 장기간 비가 계속 오면 전투체련 등 개인활동 시간이 대폭 늘어나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나 덕분(?)에 고참이 된 후, 비오는 날은 당연히 전 내무반이 운동하는 날이었다. 당시 비오는 날은 체력의 날이라는 공식이 성립됐으며 그 기억때문인지 지금도 비가 오면 운동이 하고 싶어진다.

비가 올 때 오히려 실외에 나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게 돼버린 것. 답답한 집 안에 있기 보다 옛 추억과 함께 활동감 넘치게 생활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길게는 수십일간 비가 오는 장마철이면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지만 장마를 친구로 둔 내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지금도 장마는 여전히 휴가 아닌 휴가인 셈이다.

잊고 지내던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되고 운이 좋다면 만나서 술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친구들과 만나면서 그 당시 들었던 노래, 영화 등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어떻게 보면 장마는 내게 매년 추억을 전해주는 매신저 역할도 하고 있는 듯 싶다.

올해는 내게 어떤 추억을 가져다 줄지, 또 어떤 추억을 만들어 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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