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경 (갈거리사랑촌 사무국장)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지난 2001년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노숙자 쉼터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쉼터에서 하루 밤 재워 달라고 했다. 술 먹은 사람은 안 된다고 하니 술 안 취했을 때 다시 오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며칠 후 그가 다시 찾아왔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제대로 살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를 꼭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그는 갈거리사랑촌 알코올 중독 예방ㆍ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원주에 오기 전 충남 조치원에 있는 복지시설에서 10년을 있었다. 당시 함께 복지시설에 입소해 있던 여성과 결혼도 했다. 그러나 원주로 올 때는 부인과 헤어져 홀로 왔다.

그가 술을 끊고 건강한 생활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때 노숙자들을 통해 부인이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수소문해 부인을 찾아 원주로 데리고 왔다. 부인 역시 알코올 중독이었는데 부인을 독려해 부인 역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은 부부가 방을 얻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그는 노숙자 쉼터에서 노숙인 관리 역할을 하며 과거 자신이 걸었던 불행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무료급식소에서도 온갖 일을 도우며 성실히 생활하고 있다. 부인 역시 공공근로 사업을 하거나 일거리가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사람이 이처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인원 중 5% 밖에 되지 않는다. 캄캄한 인생의 긴 터널을 통과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는 노숙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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