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급 폭우와 폭염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시원한 강원도라는 통념을 깨고,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원주는 기상이변을 촬영한 사진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원주시민이 비구름이 집중된 하늘을  1시간가량 연속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한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는 하늘이 뚫린 듯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바로 인근 지역은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놀라운 현상을 담은 이 사진은 ‘원주 송곳 폭우’가 되었습니다. 숲과 농지가 많은 도시라고 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변과 재앙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경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 일상생활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지구를 지키는 1.5도의 평균 기온 상승을 막자’는 지구인의 약속은 이미 1.2도가 상승했으며, 올해 그 기록이 갱신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3/4을 덮고 있는 바다까지 포함한 평균 기온 상승은 생태계의 혼란으로 이어져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주도 같아진 울릉도’라는 말도 들립니다.

 우리는 이제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기후 이변들은 빠르고(Fast), 싸게(Cheap), 한 번 쓰고 버리는(One use) 소비문화,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통칭되는 화학물질 생필품 쓰레기로 인해 가속화되었습니다. 일회용품의 대표주자인 일회용 컵과 식기류 그리고 기저귀를 넘어 이제는 행주, 앞치마 같은 주방용품과 속옷까지도 노동력 절감과 위생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일회용품이 넘쳐납니다. 

 2023년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44kg으로 전 세계 3위라고 합니다. 석유화학물질로 만들어져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500년이상 남아 지구에 쌓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된 생수 PET병은 56억 개에 달합니다. 1994년에 PET병에 담긴 생수 판매가 허용된 이후, 최근에는 매년 지구를 14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의 PET병이 버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1998년 처음 등장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량은 연간 53억 개에 달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의 1.5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1992년에 시작된 택배 서비스는 오늘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물건까지도 앱으로 주문하면, 공산품뿐 아니라 음식까지도 모든 것이 빠르게 집 앞으로 배달됩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고 편리한 서비스들이 불과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입니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편리함에 미혹되고, 자본 중심의 경제발전에 매달리다 보니 기후재앙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그 해결책을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경기도는 탄소중립을 실천한 도민에게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여 기회소득(리워드)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원주에서도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9월 4일(수), ‘자원순환사회 촉진을 위한 다회용기 활성화 포럼’이 원주에서 열립니다. 자원순환을 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지혜를 모은다고 합니다.

 지역의 자원순환경제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절박한 과제로 인식하고 생태전환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