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비용, 작년 대비 10% 상승할 것”

▲ 지난달 24일 태장동 U마트 배추 가격.

지난달 24일, 태장동 U마트에서 장을 보러 온 김미숙 씨는 채소 판매대 앞에서 배추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명절 전 하루라도 빨리 김장을 하려 했는데 가격이 비싸 구매를 망설였던 것. 그는 “추석 때는 가격이 크게 오르는 편이라 조금이라도 쌀 때 김장을 계획했다”며 “배추 한 통에 6~7천 원 하는 경우는 봤어도 만 원까지 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무도 마찬가지였다. 단구동 G마트에선 무(중 사이즈, 4천980원) 한 개 값이 오천 원이었다. 작년 이맘때 같은 크기 무 한 개가 2천600원이었는데 1년 사이 91.5%나 상승한 것. 여름 무 재배면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폭염으로 망가지는 물량이 많다 보니 출하량이 감소했던 탓이다. 단단하게 크지 못하고 검은 점이 생기는 등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대다수 농업인의 전언이었다. 

채소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역대급 더위에 출하량이 줄고 품질이 저하되자 정상적인 상품 공급이 힘들어졌기 때문. 앞서 언급한 배추, 무뿐만 아니라 당근, 양배추, 시금치, 상추 가격도 낮게는 20%, 많게는 100%(평년 가격 대비) 가까이 급등했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한 달 넘게 지속한 찜통더위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올여름 열대야 일수는 38일(지난 27일 기준)에 달했다. 역대로 긴 열대야가 지속하면서 식물 생장에 악영향을 미쳐 작황 부진과 공급 저하를 야기했다. 

문제는 채솟값 상승으로 차례상 물가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점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전국 17개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을 조사한 결과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더 들 것으로 전망됐다. 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천1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2만3천830원(9.1%) 증가했다. 10년 전 추석 차례상 비용(19만8천610원)과 비교하면 무려 44.6%나 오른 셈이었다.

오충용 한국물가협회 조사본부장은 “예년보다 이른 추석 시기와 폭염, 태풍 등 기상 변수로 인해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올랐으나 축산물 가격은 안정적”이라며 “사과와 배 가격도 공급이 증가하며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