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건강복지센터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

정신질환자 등 자살 고위험군의 자살 시도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자살 시도 응급상황 대응 메뉴얼과 예방을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해 지역사회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주시건강복지센터는 지난달 27일 원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전재섭 원주부시장을 비롯해 백순구 연세대학교 원주의무부총장, 각 병.의원 관계자와 소방, 경찰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에서는 원주지역 자살 현황 점검과 함께 자살시도자 등 고위험군의 발굴 및 사후관리 등 지역 기반 위기 대응 체계에 대한 구축안이 논의됐다. 

센터에 따르면 전문기관이 개입한 원주지역 위기사례는 지난 2022년 108건, 2023년 125건, 올해는 지난 7월까지 76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2년부터 올 7월까지 원주지역 자살시도자는 20대가 46명, 30대 38명, 40대 60명, 50대 73명, 60대 59명으로 40~50대가 가장 많았다. 70대는 총 18명으로 수는 적었으나 지난 2022년 2명에서 지난해 5명, 올해 7월까지 11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자살사망자도 2023년 1만3천770명으로 전년 대비 864명(6.7%)이 증가했다.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전 연령에서 자살 시도가 줄지 않으며 이날 토론에서는 모니터링과 출동.응급치료 연계 등 지역사회의 적극적 위기개입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자살로 이어지기 쉬운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지난 2014년 58만8천155명에서 4년 만에 75만2천여명으로 28%나 늘었고, 특히 10대와 20대 증가 폭이 큰 상황”이라며 “고위험군은 느는데 자살 예방 현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고위험군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현장에 강제 이송 및 입원 등 권한을 확대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한 정신응급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유 강원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도 “응급으로 입원할 수 있는 정신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위기개입에 투입될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처우개선을 통해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협력 기관 간 핫라인 체계도 보다 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살시도자의 응급 입원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타해 위험이 높은 응급상황의 경우도 의사와 경찰관 동의가 있어야 정신의료기관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반면 대만은 자.타해의 우려가 있는 고위험자 발견 시 경찰과 소방에 통지하고 해당 기관은 근처 의료기관에 호송해 의무 치료를 받게 한다. 대만이 발견 즉시 호송해 의무 치료를 시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보호자 또는 의사 동의가 있어야 입원을 의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 출동 시 자살시도자에게 신체적 손상이 없는 경우도 미국과 유럽, 일본은 우선 지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의료진이 입원 여부를 결정짓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대로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있다. 응급상황의 전문가 위기개입 및 병원 이송, 치료 등에 여전히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민성호 센터장은 “원주시자살예방센터가 개소한 지 올해로 10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자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낮고 지역 네트워크도 부족한 현실”이라며 “경찰, 소방, 전문의료기관 등과의 긴밀한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정신질환이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캠페인을 비롯해 자살시도자 긴급출동 연계와 사후관리, 자살위기상담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6.5%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9년간 진행한 심리 부검 면담에서 사망 1개월 이내의 경우 자살사망자는 ‘감정 상태의 변화(19.1%)’. ‘주변 정리(14.0%)’등의 변화를 보였다. 사망 1년 전부터는 ‘수면 상태 변화(26.2%)’, ‘자살 언급(24.1%)’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3.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