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의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후반기 원구성 과정의 갈등과 잡음으로 전국 곳곳이 시끄럽다. 8월 6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지방의회 13곳이 원구성도 못한 채 공전 또는 파행 중으로 강원도에서는 동해시의회와 홍천군의회가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원구성을 마친 의회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삭발과 탈당, 회의 불참으로 갈등을 드러내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원주시의회도 어렵사리 원구성은 마무리 됐지만 원구성 과정의 갈등으로 인한 제명요청 기자회견과 탈당 등의 앙금이 여전하다. 

 의원 당사자로서야 ‘민주적인 합의’를 무시한 배신과 협잡의 정치라 목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거나 비민주적인 일방적 결정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했다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의정활동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자리다툼. 감투다툼’에 불과해 보일 뿐이다. 본연의 의정활동에 그만큼 목소리를 높이고 사즉생의 신념을 보여주거나 시민의 고통에 며칠 밤을 고민하며 결단을 내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방의회는 시민을 대표하여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단체장 감시, 견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과거에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건 어떤 경로로 의원으로 선출되었건 의원임기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며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연습할 시간이 없다.

 벽돌보다 두꺼운 예산서를 받아들고, 용어도 낯선 각종 조례안을 들여다보고, 연일 이어지는 민원과 전화에 시달리며 지역구 행사에 눈도장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한편 임기 4년 내내 5분발언, 시정질문 한번 하지 않고, 발언 한번 하지 않고, 조례 한 건 발의하지 않고 그저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거나 쫓아내지 않는다. 공천받으면 다음에 또 당선될 수 있고 ‘가’번 받으면 따 놓은 당상이다. 오죽하면 “의원이 일을 하려고 하면 과로사하기 십상이고 안 하면 그렇게 럭셔리한 백수가 없는 거 같다.”고 했던가. 

 전국적으로 원구성 과정에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자리다툼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는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각 당의 지역위원장이다. 해당행위라고 징계했다가 선거 때가 되면 표가 아쉬워 복당시켜 준 학습효과가 관행으로 이어진 거다. 또한, 함량과 자질 미달의 부적격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채 공천하거나 보은공천으로 줄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지방자치제 실시 30년이 넘어도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이 수준이 크게 나아지지 못하고 지방자치제 무용론이 불거지는 거다. 

 공천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괜찮은’ 정치인을 교육하고 훈련하고 양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물론 지금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청년정치인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1년에 한 차례뿐이고 대상도 청년정치인에 한정되어 있으며 방식도 대부분 유명 정치인들의 일회성 특강으로 채워져 있다.

 선거 때마다 불러들여 일회용으로 써먹고 버리는 방식의 사람발굴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역현안을 발굴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실제 정책을 제안해 보는 지역 밀착형 생활정치인을 양성하고 발굴하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지역의 변화를 만들고 시민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이제 정당이, 지역위원회가 달라져야 할 때이다. 2년 후 선거에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 후보가 넘쳐나는 선거판을 만들 책임은 정당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