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상징이다. 그런데 원주시 지방의회가 위태롭다. 중앙정치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해 혐오감을 주고 있는데 지방자치의 상징 지방의회도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다. 이번 원주시의회 의장선거와 원구성이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주변에서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가? 없애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내용이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린다. 심지어 지방자치 전문가들조차도 지방자치 현장의 상황을 접하면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현 지방의회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가차원의 대개혁이 필요하고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헌법개정 '조례는 법령의 범위내에서'라는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법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방의회 전문직 공무원을 뽑고 단체장의 인사통제에서도 벗어나려는 개선책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성과가 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법제도적 제약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방의회는 스스로 이 위기를 벗어날 힘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다가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헌법적 제약으로 지방의원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정한 법령의 범위안에서만 조례제정이 가능하다. 그것도 재정지출이 수반될 때에는 지방자치법 제148조의 규정에 따라 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제약도 있다. 기초의회는 국가의 법령 범위 내에서뿐만 아니라 시도의 조례와 규칙의 범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의 경우 새로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신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례 한 건도 발의 못 하는 지방의원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한계점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의 참뜻을 이해하고 노력하는데 의회가 앞장서는 일은 지방의회가 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다. 원주 관내에서 이루어지는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은 자치단체가 그 지역안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주시의회가 원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간현관광지와 금대리에 국비 지원 없이 막대한 시비가 투자되었는데 이를 승인해준 것이 원주시의회다. 농촌농업 문제가 심각한데 도시(동)로 분류되어야 할 기업도시는 아직도 지정면 농촌에 속해 있다. 이로 인한 피해를 원주 농촌지역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지정, 문막, 부론보다 귀래, 신림, 소초, 호저가 더 심각한 농촌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농촌협약사업은 오히려 반대로 운영되고 있다. 일자리가 필요하고 인구가 늘어나야 원주가 발전할 수 있는데 기업유치 전략 등 대안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화장장은 만장이라는데 해결책에 대한 고민은 있는 걸까?

 지방의회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원주시 정책결정자다. 원주시의회가 위기인 것은 이러한 주도적 역할 인식에 대한 것에서 비롯된다. 민생문제는 뒷전이고 건물 증축과 자리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지방자치상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원주시의회가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제정한 법령은 지방자치는 고사하고 국정운영에도 적합하지 못한 내용과 문제가 널려있다. 이러한 법령규정을 평가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나 정부보다 주민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이 더 유리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연구나 주장을 원주시의회가 했는지 모르겠다. 원주시가 일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장중심으로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령과 제도개선을 통해 국가와 주민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건물 확장과 의장단 구성 등 자리에만 연연하지 말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원주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