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올해 개최되는 제29회 농업인의 날 정부 기념행사를 원주에서 열자는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당위성으로 내세운 건 원주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라는 것이었다. 농업인의 날 발상지에서 정부 기념행사를 여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은 농업인의 날 발상지가 원주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의 무지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원주시가 농업인의 날 행사를 전국 단위 행사로 격상하기 위해 2010년부터 원주삼토페스티벌을 개최해왔기 때문이다. 농업인의 날 발상지를 전국에 널리 알리고, 원주 농업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이 몰랐다는 건 원주삼토페스티벌이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농업인의 날 발상지라는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 제29회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를 열지만 원주시는 제61회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964년 11월 11일 개최한 기념행사를 원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의 전신인 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연합회장이던 고 원홍기 선생의 주도로 1964년 첫 기념행사를 열었다.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삼토(三土) 정신을 바탕으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농업인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공포되는 과정에도 원주 농업인들은 막대한 기여를 했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6년에 걸쳐 건의한 끝에 마침내 정부는 1996년 5월 30일 국가기념일로 공포했다. 원주시는 국가기념일 제정을 기념해 2002년 단관근린공원에 농업인의 날 제정 기념 조형물을 건립했다. 조형물 제막식에 정부는 이한동 당시 국무총리를 파견했다. 당시엔 정부도 원주시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임을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발상지에 대한 정부의 처우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까지 28회에 걸쳐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를 여는 동안 정부는 단 한 번도 발상지인 원주에서 개최하지 않았다. 지난해 원주삼토페스티벌에는 시비 5억 원이 투입됐다. 매년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를 열지만 원주시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곳은 없다. 정부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당연히 국비를 지원했어야 한다. 

 지금 주력할 건 올해 농업인의 날 정부 기념행사가 원주에서 열리도록 역량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시민 역량 결집은 물론 지역 정치권도 적극 나서야 한다. 원주삼토페스티벌과 병행해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프로그램을 유치해 원주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라는 사실을 전국에 널리 홍보해야 한다. 발상지의 브랜드 가치를 집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원주 농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