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원주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3개 교섭단체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제9대 후반기 원주시의회는 최근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교섭단체가 하나 더 생겼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의원 3명이 맑은정치보수연합이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교섭단체는 3명 이상의 의원이 소속된 정당이나,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 3명 이상의 의원이 구성할 수 있다. 시의회가 교섭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정당공천제에 의해 시의원을 선출하면서 정파 간에 의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9대 원주시의회는 출범 당시 국민의힘 13명, 더불어민주당 11명으로 교섭단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1명, 국민의힘 10명, 맑은정치보수연합 3명으로 3개 교섭단체에 의해 운영된다. 또한, 다수당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고, 어느 정파도 과반수가 되지 않아 어떤 정파도 혼자서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됐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맑은보수정치연합이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후반기 의회는 좋든 싫든 끊임없는 협의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합리적인 토론과 설득, 그리고 양보와 타협이 불가피해졌다. 정당공천제 실시 이후 원주시의회는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합리적 토론과 타협보다는 수적 우세로 상대방을 제압하면서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 점에서 후반기 시의회는 무소속 교섭단체가 생긴 과정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결과론적으로는 의회 민주주의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소속 연대와 국민의힘이 탈당 과정에서 생긴 갈등으로 사안마다 감정싸움을 벌인다면 오히려 소모적인 시의회 운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민주당과 맑은정치보수연합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4석을 모두 차지하고, 원내 2당인 국민의힘에는 상임위원장을 한 자리도 배정하지 않으면서 원만한 시의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적 결정이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정당 민주주의 원칙도 외면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각 정파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의회 운영도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지방의회는 정당 간 권력투쟁으로 일관하는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 시의회에서 다루는 사안 대부분은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착된 것들이다. 따라서 당론을 정하기보다 의원 개개인이 각자의 소신에 의해 판단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무소속 교섭단체 등장으로 인한 시의회의 새로운 실험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맑은정치보수연합이 사안마다 캐스팅보트로서 시의회 운영의 결정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로 기록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