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원주 문화도시 사업이 끝을 향하고 있다. 올해도 새로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된 지역들이 있는 만큼, 5년간 사업이 추진되어 온 원주시의 경험은 다른 지역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원주시가 이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는 원주시민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도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의 다양한 사업들은 여러 부처 또는 다른 영역과 업무가 겹쳐질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문화도시 사업 역시 문화예술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이 도시 혁신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사업의 모태인 유럽 문화수도 사업은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도시 발전을 촉진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도시의 이미지와 경제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의 주요 활동은 크게 문화 인프라 개선, 공공 예술 프로젝트, 문화 행사 및 축제, 커뮤니티 프로그램, 교육, 도시재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화 인프라 개선으로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신규 건설하여 도시의 문화적 매력을 높이고, 공공예술 작품을 통해 도시 환경을 미화하며 주민들의 자긍심과 지역 사회 활력을 증진시키는 데 예산을 투입한다. 낙후된 도심 지역을 예술과 문화 공간으로 재생하여 환경 개선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도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사업에 지정된 도시마다 관광 효과는 비교적 뚜렷해서 정책적으로 문화예술인들과 다른 분야의 구성원들과 협업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 원주시의 문화도시 사업은 여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집행의 비효율성이다. 위법한 보조금 집행, 공공 프로젝트의 방만한 운영 등이 구체적으로 지적되었고, 그간의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지적의 대상이 극히 행정적인 사안에만 집중되어 있지 그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과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업 기간이 5년으로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처음 시행된 사업이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었지만, 그간의 활동들을 모두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 활동은 기계나 장치보다는 사람들의 손과 머리에 의존해야 하고, 지역 특수성과 연계되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다듬고 다져나가지 않으면 그간 축적된 역량은 모두 허사가 될 것이다.

 한 지역의 매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난다. 외지인 입장에서 얻게 되는 매력은 원주 특유의 문화 공간이나 그 안에 설치된 예술 작품들은 얼마나 인상적인지 등에서도 많이 의존할 것이다. 예를 들면, 주민이라도 외지에서 다시 원주에 들어올 때 처음 만나는 장소는 버스터미널과 철도역이다.

 원주를 처음 방문할 때 느끼는 이미지는 바로 이러한 도시 공간에서 얻어진다. 이 두 장소는 원주 시민들에게도 필수적인 공간이지만,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이 두 장소 외에도 주요 교통 거점을 현대화하고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문화 환경도 뒤따라야 한다. 2023년까지 이 사업은 크게 글로벌 브랜드 구축, 사회적 문화연대, 문화적 도시재생이란 비전을 내 걸고 매우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라도 지금까지의 사업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보다 시급한 것은 반드시 유럽의 문화수도 사업 효과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유럽 사례에서 입증된 것처럼 원주시 전체의 도시 이미지 개선이나 관광 효과 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아울러 검토했으면 한다.

 비록 늦었지만, 문화도시 사업의 마무리 단계에서 원주시는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를 되새기고, 목표와 방향성은 도시 발전과 얼마나 부합했는지, 사업을 통해 얻어진 성과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시민들의 참여는 이제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지 등에서 살펴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이어 나갈지 새롭게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