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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도시 정책, 이미 실패했는데…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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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고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소수 거점도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 최다니엘 부장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BoK 이슈노트: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의 내용이다. 전국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수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개발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거점도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국은행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2011~2021년 지역 내 총생산(GRDP) 대비 공공투자(경제·사회 인프라 등을 위한 투자적 지출)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 대도시(부산·대구·광주·대전)의 공공투자비율은 연평균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도시(인구 20만 이상 도시)가 3.9%, 소도시가 16%를 나타낸 것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치였다. 정부가 중견도시와 소도시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인구 유입이나 생산성이 미미하다고 했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정부는 ▷원주시 ▷진주시 ▷김천시 ▷진천·음성군 ▷대구 동구 ▷전주시·완주군 ▷울산 중구 ▷광주시·전남 나주시 ▷부산 영도구·남구·해운대구 ▷제주 서귀포시 등을 혁신도시로 지정했다.

한은이 조사해 보니 부산·대구·울산과 같은 지방 대도시형 혁신도시에선 중소도시·군에 위치한 혁신도시보다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의료·문화복지 등 정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공공기관 직원이 가족과 함께 이주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은행 분석은 특정 시기만을 한정해 조사한 내용이어서 태생적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은이 언급한 부산, 대구, 울산 등의 대도시는 지방 중소도시보다 사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교통 인프라를 들 수 있다. 한국전쟁 후 고도성장 시기, 정부는 철도나 고속도로 등의 국가 기간 교통망을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축했다.

국가 물류 인프라의 뼈대가 지방 대도시에 집중되다 보니 산업 발전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기업이 몰리고 인구가 집중하면서 정주 인프라 또한 대량, 대규모로 설치됐다. 노무현 정부 이후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된 원주 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받은 것이다. 

혹자는 한국은행의 소수 거점도시 투자론을 불공정한 달리기 시합에 비유했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지방 대도시는 50m 앞에서 출발하는 반면, 원주를 포함한 중소도시는 전체 거리를 핸디캡을 갖고 뛰는 것이라 설명했다.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성장성을 비교하고 논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인데 중앙은행이 이러한 주장을 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방 거점도시 중심 육성 정책은 수도권 과밀 완화 측면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됐다. 정부는 울산과 포항은 중화학 공업으로 부산, 거제 등은 조선업으로 대구 경북은 첨단산업으로 정책을 펴왔다. 이들 도시를 중점 육성하면 낙수효과가 발생, 지방 곳곳까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수도권 과밀 현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에 전 국민의 50.7%(2천365명, 2023년 말)가 거주해 인구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혁신도시가 조성된 후 원주 인구는 2005년 29만 명에서 지난해 말 36만 명으로 증가했다. 경제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도내엔 18개 시군이 있지만 원주 한 곳이 강원 전체 GRDP의 1/5을 담당하고 있다.

한은의 논리대로 지역 대도시에만 정부 자원을 집중한다면 애초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이 성장하려면 소수 대도시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 경제 성과를 내도록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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