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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학교 후원 늘어 오랫동안 운영되길"

누리야간학교 재학생 정영순(72) 씨, 3년간 100만 원씩 기탁 남미영 기자l승인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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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야간학교 정영순씨.

"후원이랄 것도 없다."며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정영순(72) 씨는 원주 누리야간학교 3년 차 재학생이다. 지난 2022년 막내아들의 권유로 야간학교에 입학해 올해로 3년째 기초반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배움의 재미에 푹 빠진 그녀는 야학 학생인 동시에 후원자다. 야학 운영을 돕겠다며 입학 이후 매년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야간학교 재정이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입을 뗀 그녀는 "어려서 학교 문 앞도 못 가본 내가, 이제 조금씩 글자가 보이고 쓸 줄 알게 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연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녀는 원주시니어클럽이 제공하는 일을 하다 최근 요양원 식당 일자리를 얻었다. 월급에서 한두 푼씩 모아 지난 2022년 처음으로 학교에 100만 원을 기탁했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도 어김없이 100만 원씩 전달했다. 

"교실이 건물 4층에 있었는데 노인들이 배우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학교를 못 오는 거야. 그래서 교실을 지하로 옮겼더니 이번엔 곰팡이가 잔뜩 끼고, 노인들이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못 오는 게 태반이고…다들 나처럼 배우고는 싶은데 공부할 여건이 안되는 거지. 그래서 다 같이 배워보자는 마음에 후원을 시작하게 됐지." 

누리야간학교는 올해 지원이 줄어들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지하에 있던 교실은 환경이 열악해 다시 건물 4층으로 옮겼고, 이곳에는 60~70대의 시니어 10여 명이 매일 오후6시부터 한두 시간씩 한글을 배우고 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3남 1녀 중 장녀로 12살에 수양딸로 입양돼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로 배움은 꿈도 꾸지 못했다. 열아홉에 가정을 꾸리고 독립했으나 이후로는 육아 살림에 치여 배움을 또 미뤘다. 자식들의 도움으로 시작한 한글 공부가 인생 최고 잘한 일이라고 했다. 

"나 같은 노인들한테 야간학교는 선생님 그 이상이야. 글자가 보이니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고 다시 사는 기분이 들거든. 야간학교가 정말 어려운데 지원과 후원이 늘어서 학교가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어." 

올해 누리야간학교 한글반 교실에는 그녀의 후원 덕분에 난생처음 냉난방기가 설치됐다. 여럿이 함께 배우는 재미가 소중하다는 그녀는 오는 8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남미영 기자  onlyjh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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