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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리 은행나무, 손상된 채 방치 논란

남미영 기자l승인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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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전문가 "동공·균열로 2차 손상 우려"
원주시 "재치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

천연기념물 제167호인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의 외과수술 부위가 손상됐으나 즉시 치료되지 않아 부패 등이 우려되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반계리 은행나무는 일부 부위에 손상이 발생해 과거 보수 차원의 외과수술이 진행됐다. 당시 수술은 손상이 확인된 부위의 세균을 제거하고 건조와 방수·방충 등의 작업을 거쳐 코르크와 실리콘 등으로 내부를 충전, 외장을 마감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외과수술 부위 십여 곳에서 동공과 균열이 발견됐다. 실리콘을 발라놓은 부위에 구멍이 뚫리고 일부는 마감재로 덧댄 부위가 들떠 나무 몸통 사이로 균열이 생긴 상태다. 

▲ △천연기념물 제167호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외과수술 부위에 구멍이 나 있다.
▲ ▷외과수술을 통해 실리콘으로 마감처리가 된 부위. 실리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나무 사이로 틈새가 벌어져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34조는 '천연기념물 관리지침'을 통해 노거수인 천연기념물의 부패 발생 시 외과 수술, 즉 상처 부위를 걷어내고 건조·방수 등을 통해 더 이상의 부패 확산을 막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청 훈령 제549호를 통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수술 부위를 정기 관찰(조사)하고 파손 또는 분리 등 표면 마감이 손상된 부분은 즉시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강조하는 부분은 '즉시 치료'다.

외과수술 이후 들뜨거나 구멍 난 곳을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 부위로 빗물이 스며들어 나무 안에 고이고 이로 인해 곰팡이균이 서식해 나무의 부패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법은 문화재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일수록 적극적인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승현 생태학교 지구 공동의 집 대표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 등의 외과수술 시행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고, 최근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외과수술을 최소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외과수술을 시행한 곳에 대한 즉각 치료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래전 외과적 수술이 이뤄졌고 수술 부위 손상이 있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반계리 은행나무 외과수술 부위의 동공과 균열이 지난해 9월에도 확인됐다. 단풍이 절정을 이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렸던 지난해 가을에도 수술 부위 손상이 있었다. 천연기념물 관리지침대로라면 원주시는 수술 부위를 즉시 치료·보완해야 하지만 수개월 간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반계리 은행나무는 문화재에 속해 원주시역사박물관이 보호와 관리를 맡고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 보호 및 관리를 위해 매년 문화재청에서 2천만 원을 지원받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번 외과수술 부위의 손상에 대해 원주시역사박물관은 재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광식 원주시역사박물관 팀장은 "수목 전문가가 연간 6~7회 반계리 은행나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수술 손상 부위도 확인했으나, 당시 전문가들이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해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즉시 치료' 규정에 대해서는 "지침까지는 몰랐다"며 "문화재 담당자 대부분이 학예연구사들로, 천연기념물 수목 관리에 대해서는 수목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모니터링을 통해 원주시역사박물관은 은행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정비하고 나무 주변으로 보호 펜스를 설치했다. 

이승현 대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목은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노후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강풍·폭설과 같은 기후변화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며 "원주시가 반계리 은행나무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광장 등을 조성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시급히 해야 할 것은 은행나무 건강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치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키가 가장 높은 은행나무가 양평 용문사에, 옮겨심은 나무 중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가 안동 용계리에 있고 반계리 은행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굵은 은행나무로 평가된다"라며 "반계리 은행나무는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문화재적 가치가 어떤 천연기념물보다도 큰 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신목(神木)으로 민속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 가운데 규모가 크고 수형도 독특해 지난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은 800∼1천 년으로 추정된다. 


남미영 기자  onlyjh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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