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기술개발·여성기업제품 구매액도 후퇴

원강수 시장은 지난 31일 '경제도시 원주 비전 선포식에'서 임기 내 5천억 원 이상의 우량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투자를 바탕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도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한 것. 그러면서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 기업을 집중 유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외부 투자를 대거 늘리겠다는 바람만큼이나 소상공인과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소상공인 연간 매출액 7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해 '수출 20억 불 시대'를 이끌겠다고 했다. 원 시장의 공언대로라면 기업 성장에 시의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언과는 반대로 현실은 쌀쌀맞기 그지없다. 기업 투자는 대규모로 받겠다면서도 우리 중소기업제품 구매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원주시는 지난해보다 한참 부족한 중소기업제품 구매계획을 세워 빈축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지자체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제품 구매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전년도 구매실적과 올해 구매 목표를 밝혀 중소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원주시도 지난해 중소기업제품 구매실적과 올해 구매계획을 정부에 통보했다. 

지난해 원주시는 2천620억1천300만 원어치의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했다. 이는 지난해 총구매액 3천16억4천500만 원의 87%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올해는 중기제품 구매 목표액이 2천억 원으로 낮아졌다. 작년 실적보다 620억 원가량 중기제품을 덜 구매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원주시가 올해 구매할 총 금액 중 중기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66%로 낮아졌다.

원주시가 대외적으로는 중소기업 육성·지원을 외치고 있는데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관내 중소기업 A 대표는 "원주시가 경제도시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중소기업 제품구매 비율을 대폭 줄인 것은 원주기업 살리기에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중기제품 구매액이 감소한 대신 여성기업이나 창업기업 제품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원주시가 제품을 사들이는 총구매액 또한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작년도 구매실적보다 상향해서 법정구매실적보다 높게 계획을 잡게 되어 있다"며 "중기제품 구매계획은 축소됐지만 그만큼 다른 제품 구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원주시의 설명대로 올해 총구매 계획량은 작년 실적보다 상향됐다. 작년엔 3천16억 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했는데 올해 구매계획은 3천17억 원으로 1억 원 많아진 것.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장애인기업과 여성기업 제품 기술개발제품 등의 구매계획은 오히려 작년 실적 대비 감소했다.

단 창업기업제품 구매계획(241억4천만 원)이 작년도 실적(56억7천200만 원)보다 대폭 늘어났을 뿐이었다. 관내 법인사업체가 2020년 5천277개에서 2021년 5천287개로 단 10개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지양하고 창업기업 제품 구매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편, 도내 18개 시군 중 지난해 중기제품 구매실적 대비 올해 구매 계획을 높게 잡은 지자체는 7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1개 지자체는 작년 실적보다 올해 구매계획이 원주처럼 후퇴했다. 이 중에서도 원주는 총구매액 대비 중기제품 구매계획 비율이 도내에서 가장 낮은 66.3%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