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카데미 극장 철거하라' vs '시민들이 원하는데 극장 철거가 웬 말이냐' 요즘 시청 앞을 지나면 이러한 현수막들이 눈에 띕니다. 한쪽에서는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원하고 한쪽에서는 반대의 주장을 펼칩니다. 인터넷으로 이에 관한 기사를 종종 접했는데 시청 앞에서까지 현수막전을 펼치니 참으로 민감한 사안인가 봅니다.

 저는 원주에서 40년을 살았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그곳에서 마쳤지만, 학창시절 대부분을 원주에서 보냈습니다. 아카데미 극장은 학창시절 데이트 장소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두 손 꼭 잡고 공포 영화를 보며 므흣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기억도 납니다. 저에게도 아카데미 극장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 극장을 철거해야 하는지, 아니면 왜 보존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원주시민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서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유지·보수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 하여 무작정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원주시의 입장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극장을 리모델링 해 다른 수익사업으로 사용해도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시민단체와 원주시 간의 갈등처럼 보이던 사안이 지금은 상인단체와 시민단체 간 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찬성과 반대,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대토론회가 열렸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왜 찬성을 이야기하는지, 반대하는 쪽은 왜 반대하는지 서로 마주 보며 끝장 토론을 벌인다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테니까요. 찬성하는 분도 원주시민이고 반대하는 분도 원주시민이어서 원주시 입장에서도 시민들의 의견을 골고루 듣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끝까지 청종하는 자세를 보여야겠지요.

 과거 역사를 보면 토론의 부재는 정쟁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저처럼 원주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한쪽은 파란색, 다른 쪽은 빨간색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뜯는 모습을 보곤 했으니까요. 정치적 색깔이 짙어질수록 토론이 더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 그동안은 갈등만 증폭되기 일쑤였습니다. 합리적 토론의 빈자리를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혐오로 메웠던 문막읍열병합발전소의 모습은 우리 원주시가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앞으로도 원주시에 첨예한 사안이 자주 생겨날 것입니다. 지인분께 물어보니 원일로, 평원로 일방통행 문제도 그렇고 흥업면 화물주차장 건설 사업도 주민들이 반대한다 들었습니다. 일부 지각 있는 시민들은 이런 사안을 마주할 때마다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 휩싸일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시민은 사는 게 바빠 그냥 무시할 테지만 말입니다. 

 토론의 부재로 갈등이 정쟁으로 번지고, 정쟁이 지역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기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원주시와 지역 언론들이 토론의 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봅니다. 여론 조사도 하고 공청회도 열고, 그러면서 시민들과 스킨십도 늘리면 좋겠습니다. 원주에 없던 토론 문화가 그렇게 생겨난다면 도시의 품격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우리 이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들은 원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테니까요. 
 

이연수(가명, 태장2동)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