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위한 원주시의회의 공유재산 심의안이 통과되었다. 철거에 찬성한 시의원과 반대한 시의원 명단도 공개되었다. 아쉬운 건 아카데미 극장 철거는 중요한 의사결정임이 분명한데 시의원 개인의 의견이 철저하게 배제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번에 철거에 찬성한 시의원 중에는 아카데미 극장 보존을 위한 공유재산 심의 때 찬성한 분들이 이번에는 철거에 손들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시장이 소속된 정당 소속 의원이 일치 단합한 것이다. 

물론 소속된 당의 뜻을 관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원주시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결정할 때에는 당원에 앞서 시민의 대표로서 의원 개인의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건전한 의회라 할 수 있다. 원주시의회는 건전한가!  

1992년 입직하여 2022년 공직에서 퇴직한 한 필자가 공직생활 중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공직자가 지켜야할 법과 조례였다. 또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원주시의 미래였다. 원주의 과거 역사와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필자에게 맡겨진 소명이라 생각했다. 

지금 눈에 띄지 않는 보잘 것 없는 문화유산이 원주의 자부심이 되고 미래 자산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입직이후 관련된 업무만 담당해 왔으니 그 어떤 공직자보다 원주의 문화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순환 보직이 원칙인 공직사회에서 대체로 한 업무를 1∼2년, 길어야 3∼4년 정도 거쳐 가는 다른 공직자들과 달리 공무원 입직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오직 한 분야에서 근무했으니 필자보다 원주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지금 공직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누구의 입에서 거론되지도, 글에서 인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글이지만 필자는 지난 공직생활 내내 원주시민헌장을 염두에 두고 일해 왔다. 공직자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모든 법령에 앞서 원주시민헌장에 어긋남이 없는지 스스로 경계하며 살아왔다. 시민헌장은 구속력이 없으나 원주시민과 공직자 모두가 지켜야 할 규범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하는 일은 원주시민헌장을 실천하는 길이었다. 

시민헌장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의회 의원과 시민 모두가 지켜야할 규범이다. 시민헌장을 위배한다고 벌칙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민이 시민헌장을 실천한다면 분명 건강하고 자랑스러운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5년 원주군과 원주시가 통합되고 3년 후인 1998년 제정된 원주시민헌장이 이제는 들쳐보는 사람 없이 사장된 문장이지만, 필자는 퇴직할 때까지 필자의 사무실 벽에 붙여 놓고 있었다. 원주시민헌장 실천 강령 중 네 번째 '자연을 사랑하고 전통을 계승하여 문화를 꽃피운다.'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는 것은 전통을 계승하여 문화를 꽃피우는 일이다. 

아카데미 극장은 보존과 철거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기틀을 마련한 '영화계의 아버지' 김동호 초대 조직위원장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 박정자 씨가 아카데미 극장 보존을 희망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들도 잇달아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대하여 우려하고 보존을 소망하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제 아카데미 극장은 원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주시와 원주시의회가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할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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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