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래면 미륵산정보화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모습.

행안부 지원 끊기고 시·도 지원도 올해 마지막
정보화마을 관리자 인건비, 매년 주민들이 부담
지원 방안 없으면 청산 불가피…주민들 “아쉽다”

미륵산정보화마을이 올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마을 프로그램 관리자 지원 예산이 끊겨 더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 지난해 황둔송계정보화마을 폐업에 이어 올해 미륵산정보화마을까지, 원주에선 정보화마을이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됐다.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 사업은 농어촌 등에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고 전자상거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이 인터넷 활용법을 배워 특산품을 판매하거나 체험활동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

원주에선 지난 2000년 전국 최초로 황둔송계마을이 정보화 시범마을에 선정됐다. 정부는 이곳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깔고 마을정보센터를 구축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농산물 등을 판매하면서 주민 소득을 올렸다. 직거래장터에서만 연간 수억 원의 매출이 창출돼 전국에서 주목했다.

귀래면 미륵산정보화마을은 2004년 설립됐다. 주포리 주민들이 정보화마을을 운영하며 매년 1억 원 안팎의 사과, 장뇌삼, 도라지청, 산수유, 동충하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캠핑장과 짚풀공예관, 한옥마을 등엔 연간 2천여 명에서 4천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인구소멸을 우려하던 마을이 정보화마을 운영으로 인해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황둔송계정보화마을은 지난해 문을 닫았고 미륵산정보화마을은 올해 법인이 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화마을 프로그램 관리자에게 매월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데 예산지원이 올해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김윤호 미륵산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은 “관리자 인건비가 한해 3천만 원 가까이 투입된다”며 “정부 지원은 진작에 끊겼고 강원도나 원주시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정보화마을 프로그램 관리자는 인터넷상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돕고 체험객을 모으는 일을 한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인건비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들면서 주민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한때는 전체 인건비의 10%만 주민이 부담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40%까지 늘어났다. 농산물을 팔아 조그만 수익을 남기는 것이 전부인 사업인데 지금은 관리자 인건비 지급에 허덕이고 있다.

주민들은 원주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나 강원도에서 정보화마을 사업을 접겠다는 의지가 강해 원주시도 마땅한 지원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마트나, 원주몰 등에 농특산물을 팔길 바라고 있지만, 나이가 70~80세 되는 농촌주민들이 이들 쇼핑몰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정보화마을을 살리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모두 허사가 됐다”며 “주민들도 나이가 많아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정보화마을 대신 전자상거래 거점센터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기존 정보화마을 인력과 기반시설 등을 활용해 1개 시·군마다 거점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 운영 의사가 있는 법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미륵산정보화마을이 거점센터 운영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타 법인과의 사업 수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