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서고 앞 벚나무길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벚나무 명소다. 그러나 원주천 재해예방사업과 판부~신림 도로확장사업으로 벚나무가 고사위기에 처했다.

섭재마을~세교마을 벚나무 200주 이식 불가피
“벚나무 옮겨 심으면 상당수 나무 고사 가능성”

영서고 앞 벚나무길은 원주시민이 사랑하는 관광 명소다. 해마다 3~4월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때문에 원주시민은 물론 인근 영월이나 제천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

그런데 이 벚꽃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원주천 재해예방사업과 판부~신림 4차선 확장공사로 벚나무 이전이 불가피한 것. 재해 예방을 위해 하천 폭을 넓히고 둑을 높이과정에서 벚나무를 다른 곳에 이식해야 하는 것이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제방이 낮아 둑을 높이고 넓혀야 한다”며 “설계상으로는 벚나무를 다른 곳에 이식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하 환경청)은 원주천댐과 학성저류지 건설, 원주천 제방의 여유고를 높이는 사업으로 재해 예방에 대비하고 있다.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홍수를 이들 사업을 통해 막겠다는 것. 관설동 섭재마을부터 세교마을 구간 1.58㎞ 구간은 하천 제방 둑을 높이고 일부는 확장할 계획이다.

벚나무 200주는 지금 위치에서 1m~1.5m 이동시켜야 한다. 환경청은 일부 벚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은 후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환경청 자체 조사만으로도 나무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벚나무들이 10~15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전문가에 물어보니 다른 곳에 이식하면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고 말했다.

환경청 사업이 아니더라도 벚나무 희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하 국토청)이 판부~신림구간 도로를 확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벚나무를 옮겨야 하기 때문. 도로를 넓히게 되면 하천 폭이 좁아지게 되는데 국토청은 그만큼 하천부지를 확보할 것이라 했다.

이러려면 현재 벚나무가 식재된 곳을 하천 제방으로 만들어야 해 이전이 불가피하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벚나무도 중요하지만 재해 예방이나 도로 확장 사업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예산을 대거 투입하면 벚나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견해를 내놨다. 상지대 조경산림학과 조우 교수는 “벚나무를 정성스럽게 이식하면 살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관계 당국에서 이 만큼 예산을 투입해 벚나무를 이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