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동은 과거 교육과 행정의 중심지였다. 공공도서관, 세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봉산동에 있었다. 원주초교를 졸업한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생명운동과 협동운동 선구자였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평생 뿌리내리고 살았던 곳도 봉산동이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20년 넘은 노후 건축물이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동도 과거에는 상권의 중심지이자 부자 동네로 통했다. 하지만 현재는 노후 건축물이 전체의 85%나 된다. 건축물 중 빈 점포나 폐가도 수두룩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중앙동 인구는 관내 25개 읍면동 중 귀래면, 부론면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2천420명이다.

 정주 여건이 우수한 신규 택지로 이사한 데다 전통시장도 침체하면서 인구 공동화는 물론 산업 공동화도 병행된 결과이다. 사정은 학성동도 다르지 않다. 1960년대 학성동은 학성1동과 2동으로 나뉠 정도였다. 학성1·2동을 통합할 당시 인구는 1만5천 명에 달했다. 학성동 원주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번성하며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다. 현재 학성동 인구는 4천400명 수준에 그친다. 우산동의 경우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단계동으로 이전한 뒤 급격한 공동화를 겪었다. 

 봉산동, 중앙동, 학성동, 우산동이 정부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건 이같이 낙후한 환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구 공동화가 심각하고, 건축물이 노후하며, 산업체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방치할 경우 더욱 낙후할 수밖에 없어 재기의 발판으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이런 이유로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될 당시 지역주민들은 꿈에 부풀어있었다.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믿었다. 각각 200억 원 안팎의 사업비가 지원되는 것도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기대했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우울한 상황이 이어져서다. 봉산동 도시재생사업은 올해 말 종료된다. 어르신 셰어하우스, 생명모심 커뮤니티 케어센터, 봉산천 도시재생 어울림센터 등을 건립했지만 혜택은 소수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공원, 주차장, 열린 텃밭, 재활용품 집하장 등도 만들었지만 변화로 보긴 어렵다. 

 학성동과 중앙동은 내년 말 사업이 끝난다. 학성동은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자 염원인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 폐쇄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중앙동, 우산동 역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원주만의 문제가 아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대다수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드웨어 구축에 치중한 결과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단발적 행사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도시재생사업의 궁긍적 목표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