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벚꽃이 만발했던 시기가 지나 초록이 사방을 덮은, 4월의 끝을 달리고 있는 시점이다. 올해는 유독 봄이 왔는지에 대해 문득, 자주 생각하게 된다. 
더디고 정체된 듯한 일상이 반복되는 느낌에 싹틔우듯이 왕성히 움직여줘야 할 세포들이 깨어나질 못하고 있다. 본인 직업 특성상 원주의 사회적·문화적 변화와 변수들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행정의 변화와 팬데믹의 여파로 오는 후유증 역시 적지 않은 것 같다.

법정문화도시 문제, 아카데미극장 철거, 시청 근처 가로수길 철거, 소금산 출렁다리 사고, 각종 비리 사건…. 좋은 소식과 희망찬 소식들도 많은데, 왜 이런 현실들이 더 크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팬데믹 시기에 움직일 수 없던 답답함보다 우리 지역의 정체된 행정과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일상에서의 활동과 도전 앞에 주저하게 되어 마음을 더 답답하게 하는가 보다. 원주에서 문화를 기반으로 청년마을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지역적·사회적 인식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관계자나 당사자들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지만, 원주시민들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과 감정을 느낀다. 바로잡고자 하는 입장과 지키고자 하는 입장 차이에서 오는 현실의 문제에 원주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고 과정이겠지만 정체된 팬데믹 3년의 시간을 버티고 지켜온 지역주민에게는, 힘겹게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염원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에서 또 다른 짐이 되어 일상을 짓누르는 힘겨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특히 힘없고 불안정한 청년들에게는 더 설 자리가 없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가속화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고, 함께 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있는 지역사회가 아니다. 힘을 가졌다면 약자를 위한, 다수를 위한 입장에서 두루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덧붙여 무심히 밟고 있는 땅에 난 풀 같은 민초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열려있는 귀가 있어야 그 힘이 제대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또, 불법과 위법으로 취한 이득이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편취한 것이 있다면, 머리만 숨기고 안 보인다고 할 것이 아니다.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더 이상 부끄러운 이웃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시기에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또 다른 희생양으로 남을 것이 걱정된다. 지역사회에 정착해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열심히 꿈을 키우고 도전해 보고자 하는 열정이, 원주의 기반이 되고 인적 자산이 되어 잠재적인 지역의 발전과 미래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재산이라는 지역사회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진통이 무늬만 다른 또 다른 형식의 행정과, 사람만 바뀐 운영진의 결정으로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전쟁 때, 전쟁을 피해 모여든 피난민들을 위해 이재춘 선생은 '희망촌'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학성동 일대의 자기 소유의 땅을 내놓았고, 함께 전쟁의 우기와 두려움을 이겨내게 했다. 또, 먹고 살기 힘든 80년대 '밥이 곧 하늘'이라고 하던 장일순 선생은 한살림을 통해 협동조합의 시초를 열었고, 함께 잘 사는 원주를 만들며 지금의 원주의 거름이자 양분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일상으로의 회복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 때마다 함께 이겨내고 힘을 모아 협력했던 지역민들의 노력이었고 결실이었다.

한주이 강원문화발전소협동조합 대표이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