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원주의 옥상을 영화로 밝힌 '원주옥상영화제'가 올해 운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원 확보를 위해 강원영상위원회의 '도내영화제 지원사업'에 신청하였으나 원주시가 승인하지 않아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7년 차를 맞이한 영화제는 영화를 매개로 활동하는 원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2017년 미로예술시장 옥상을 시작으로 (구)원주문화원, 상지대학교, 원주옻문화센터 등 원주의 다양한 옥상에서 최신 독립·예술영화를 무료로 상영,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비상업영화를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도내 영화 제작자들에게 지역 영화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며, 구도심에서 문화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소홀했던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했다. 

 지역 청년들의 왕성한 영화문화 활동을 인정받아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BIFF) '어크로스 더 시네마 펠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지난 6년간 영화제는 지역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며 원주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해갔다. 작년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과 더불어 상지대학교, 한국관광공사, 아카데미극장 세 곳에서 행사를 무료로 개최하였다. 총 2,50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하며 역대 가장 큰 행사를 치렀다. 

 우리 영화제는 원주시민으로 구성된 단체 '원주옥상영화제'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준비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본업이 있는 청년들이다. 영화제는 다방 면에서 많은 지출이 요구되므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나 여러 외부 기관의 지원사업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왔다. 그 결과, 2019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국내영화제 육성지원 사업'에 매해 선정되어 현재 원주시에서 유일하게 국비를 지원받는 영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지원금만으로는 적정 규모의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 

 올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던 중 지난 3월 말, 원주시로부터 강원영상위원회의 도내영화제 지원사업을 신청하지 말라는 내용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원주옥상영화제는 원주시의 협조로 도내 영화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영화제 운영 재원의 40% 정도를 마련할 수 있었고, 덕분에 안정적으로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원사업 신청부터 막혔다. 규정상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시 예산을 지원받은 단체만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제를 공동 주최하고 있는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원주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위탁 예산의 일부가 영화제 재원에 투입되므로 신청 자격을 충족한다. 문제는 지원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원주시의 확인 서류가 필요한데 원주시가 이를 거부했다. 센터 위탁금이 시 예산임을 확인하는 서류 한 장이면 되는데 말이다. 

 이에 원주시에 확인을 해주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이 없다가 지원사업 신청 마감날인 지난 4월 3일, 코로나19가 해제된 상황이므로 야외 영화제 규모를 확대하지 말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불승인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원주는 물론 춘천, 강릉 등 도내 다른 영화제는 지자체의 승인 서류와 함께 지원사업의 신청을 완료한 상태이다. 

 원주시의 이번 결정은 의아한 면이 많다. 작년까지 순조롭게 신청했던 지원사업의 신청을 왜 막는가. 해당 지원사업으로 말미암아 원주시의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건 행사에 따라 원주시가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원주시가 문화행사를 대하는 방식은 매우 비일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최 측의 의견을 묵살하는 태도이다. 작정한 듯 막무가내로 영화제를 궁지로 몰아붙이는 지금의 행태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영화제는 그동안 크고 작은 다양한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가 성행했던 지난 3년은 그 어떤 때보다 위기였지만 그럼에도 매해 개최되었다. 취소보다는 '대안'에 방점을 찍고 그해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구현해냈다. 전염병이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어떻게든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사는 치르겠지만, 이번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다. 우산동과 혁신도시 옥상 두 곳에서 동시 개최한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한 곳 개최도 힘들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대면으로 전국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온라인 상영과 부대 프로그램도 잠정 취소되었다. 연초부터 모여 행사를 준비하는 동료들의 최소 활동비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원주시가 펼치는 문화정책 행보는 완연한 봄기운과 대조적으로 기운이 매몰차다. 마치 도장 깨기라도 하듯 문화예술 활동이 왕성한 곳부터 색출하여 격파하는 모양새랄까. 짜릿한 손맛에 도취하는 사이 지역이 진짜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원주옥상영화제 운영위원회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