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강수 시장이 지난 11일 아카데미극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원주의 마지막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원강수 시장은 지난 11일 현안브리핑에서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조성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현안브리핑에 앞서 열린 원주시 시정조정위원회에서 철거하기로 의결했다.

원주시가 철거하기로 결정한 건 아카데미극장 복원에 따른 사업비와 향후 운영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을 리모델링한 뒤 운영하는 과정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리모델링하는 기간에는 공사로 인해 주변 상인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문제도 고려했다.

원 시장은 “엄청난 매몰 비용을 안고 울며겨자먹기식 운영을 이어가다 보면 예산 낭비 사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아카데미극장 자리에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조성하려는 건 민속풍물시장 5일장이 설 때 문화행사를 진행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차공간을 만들어 전통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공연이 열리지 않을 때는 야외공연장도 주차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원 시장은 “많은 시민이 공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거리공연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는 곧 전통시장 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동 도시재생사업으로 아카데미극장 바로 옆에 건립하는 문화공유플랫폼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활용한다. 문화공유플랫폼이 준공되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전시관 활용방안을 발굴해 시민을 끌어모으는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아카데미극장 인근에 187면 규모의 주차타워 건립을 추진하는 등 주차장 확충에 주력한다.

원 시장은 “다양한 의견수렴과 내부적인 숙의 과정을 통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내린 결정”이라며 “아카데미극장으로 인한 찬반 갈등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주장해온 ‘아카데미의 친구들’을 향해서는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아카데미극장 철거비 3억 원, 야외공연장 및 주차장 조성비 3억5천만 원 등 6억5천만 원을 계상했다. 원주시의회 심의를 통과해 예산이 확보되면 오는 5월 말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할 예정이다.

한편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을 철거하고, 어느 지역 전통시장을 가도 볼 수 있는 야외 문화행사를 하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주시는 시정조정위원회에서 철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위원회 구성과 논의 과정, 판단근거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