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으로부터 억울하게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듯한 자녀를 위하여 그 증거를 채취하여 학교에 지도를 부탁하였는데, 오히려 그 증거채취가 불법하고, 학교에 알린 것이 타인의 비밀누설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인 자녀(A) 혼자 있는 집에 초대도 안 했는데 친구(B)가 찾아왔고, A의 노트북으로 B가 다른 학생과 SNS 채팅을 하면서, 그 노트북에 자신(B)의 채팅앱에 자동로그인까지 설정해 놓았다. 이후, A는 노트북 바탕화면에 많은 앱들이 깔려 있기에 필요없는 것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확인하다가 우연히 자동로그인되어 있는 친구들의 SNS 대화방에서 자신과 가족의 험담을 하는 내용을 보게 되었고, 이를 부모님에게 알렸다.

 오래전부터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참에, 그러한 상황을 알게 되자, 자녀의 노트북에서 자녀를 험담하는 친구들의 대화내용을 캡처하여 학교에 선도를 부탁하는 의미로 학교에 알렸다.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미래도 걱정되기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지 않고, 학교에 지도를 부탁하는 차원이었다.

 사건의 쟁점은 이러하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지인의 행동이 첫째,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냐', 둘째, '학교에 신고한 것이 누설한 것이냐'이다.

 첫째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냐'에 대하여 분석해 본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비록 어떠한 행위가 위법한 행위처럼 보이나, 그 행위가 사회상규상 그럴 수도 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위법성을 배제하여 무죄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빚쟁이 사무실을 찾아가서 어느 정도 소란을 피우는 경우, 소란 행위는 위법한 듯 하지만 사회상규상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지기에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사장이 직원의 컴퓨터를 강제로 확인한 것을 정당행위로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직원 개인컴퓨터에 비밀번호까지 설정되어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하자, 사장이 아예 하드디스크를 떼어내어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직원의 메신저, 이메일 등을 출력하여 증거로 제출한 사안이다(2007도6243 판결).

 따라서 위 사안에서, 노트북의 주인인 자녀(A)가 자신의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자신을 험담하는 단체대화방을 발견해, 이를 부모님에게 말씀드려 도움을 요청하였고, 학교폭력이 의심되어 자녀가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에서 부모도 그 내용을 확인하는 행위, 이 정도의 행위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고자 하는 고의성이 없기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인다.

 둘째 '학교에 신고한 것이 누설(유포)한 것이냐'에 대하여 분석해 본다. 누구든지 범죄의 사실을 알게 되거나 범죄로 의심되는 상황을 알게 되면 담당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했거나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학교에 알리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담당기관이 아닌 타인에게 알리면 당연히 비밀누설(유포)이지만, 범죄신고를 경찰에 알렸다고 비밀누설일까? 학교폭력 의심 신고를 학교에 알렸다고 비밀누설일까?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행위이다.

 학교폭력이 점점 심각해져 큰 사회문제가 되는 현시대에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하여 조금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학교폭력이 없어진다. 그리고 언론은 학교폭력 등 예민한 사안에서는 뉴스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하여 자극적인 제목과 극단적인 단어 사용으로 대중을 호도하면 안 된다. 그것은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인 것이다.

이공주 상지대학교 법률행정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