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케이블카 꽃이 피게 생겼다. 보전이냐 개발이냐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1982년부터 2023년까지 41년 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던 대표적인 환경 사안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원주지방환경청이 '조건부 협의'를 해 줌으로써 사실상 공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조건부 협의라는 것이 여러 국책 전문기관들의 부정적 의견에 대한 충분하고도 상당한 공사전 보완이 아니라 사업추진 중에 확인하는 사후적 의미인 데에 더해 다분히 법 적용의 기술을 활용한 환경부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따른 협의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더 큰 우려는 오는 6월에 출범하게 될 강원 특별자치도의 자치 권한이 오색 케이블카 사업과 같이 환경훼손의 우려가 큰 사안에 자의적으로 행사됨으로써 향후 강원도에 무분별한 난개발이 초래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에 있다. 기후 위기 탄소중립 시대에 난개발을 염려하고 강원도의 미래가치를 환경에서 찾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에 차제에 강원도만의 '특별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설악산국립공원은 비무장지대 다음으로 많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환경보호 최후의 수문장이다. 그래서 백두대간 보호지역,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중첩적으로 지정해서 보호해 온 곳이다. 

 보전 가치가 그만큼 높은 곳이기에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기상청 소속기관인 국립기상과학원이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고,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양양군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자연환경의 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 시설)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최종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전문 검토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오색케이블카 결정을 하겠다"던 환경부 장관은 검토의견을 무시한 채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사는 대목이다. 이것은 2019년 환경부가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했던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결과라서 더욱 정치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현 강원도지사의 선거공약이었지 않은가! 환경보호단체를 비롯한 오색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빗장이 풀리게 되었고 동시에 전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 설치 광풍이 불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출범이 이런 개발 분위기에 기름을 붓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강원 특별자치도 전부개정 법률안』 제안설명에 따른 강원 특별자치도의 지향점은 한마디로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발전이기 때문이다. 즉 서울시의 37배에 달하는 면적이 군사·산림·농업·환경 4대 핵심 규제로 묶여있어 강원도는 연간 약 33조 원의 자산가치 손실액과 연간 약 29조 원의 생산 가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지역발전의 걸림돌이자 낙후지역 도태의 원인인 이 4대 규제들을 완화하여 기업을 유치하고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인데 이런 논리로 강원 특별자치도가 향후 기업 유치나 개발을 위한 자치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면 강원도의 우수한 생태 환경은 순식간에 파괴될 것이며 한번 훼손된 허파는 복구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맏형인 제주특별자치도나 올해 12월에 출범하게 될 전북 특별자치도와 차별화된 강원도만의 특별함은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성장'이라는 성장주의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탈성장에 기반한 환경과 생태계의 보전에서 찾고 채워야 한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