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월 대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를 방문하여 수리 모습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지광국사현묘탑이 한국전쟁 때 포탄을 맞아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2016년 4월 대전의 국립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졌다. 1957년 수리하였지만 전쟁 후 혼란한 시기여서 제대로 수리되지 못했다. 시멘트와 굵은 철사로 성형을 한 승탑이 59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수리한 부분에 균열이 생겨 탈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복궁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할 때 해체가 어려워 경복궁에 홀로 남게 되었다.

2013년 탈이 난 지광국사탑을 방치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일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탑을 용산으로 옮겨 수리할 계획을 세우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한다. 그러나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재임한 유진룡 장관의 의견은 달랐다. 문화재 수리를 전담하고 석조문화재 수리에 경험이 많은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수리하는 것이 전문성과 예산 절감을 위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그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광국사탑을 수리하도록 결정하였다면 원주로 돌아오기 어려웠을 것이고, 필자도 지광국사탑 귀향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광국사탑 해체 이전에 앞서 2015년 9월 17일 열린 문화재위원회의에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방안이 보고되었는데, 당시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위원장이었던 박경립 강원대학교 교수는 보존처리 후 탑의 적정 위치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할 것(실내 보관을 전제로 한 보수가 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조건부 가결하였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중앙 부처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건 중요한 결정이었다. 회의 후 박경립 교수로부터 회의 내용을 전해들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2016년 3월 22일 지광국사탑 해체 보고회에서 돌아온 필자는 수리 후 지광국사탑의 보존 위치를 결정할 중앙정부(문화재청)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 정리와 여론의 확산에 주력했다. 필자가 정리한 논리적 근거는 첫째 승탑과 탑비는 함께 제작된 세트 문화재이므로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각 지역에서 입수된 문화재를 모두 원래 위치로 돌려주기 곤란할 것이니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존관리하고 있는 지방 문화재 중 함께 제작되었으나 서로 떨어져 있는 세트 문화재에 한하여 돌려달라는 것이다. 둘째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 식민정부의 약탈 문화재이다. 지광국사탑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은 우리 정부가 마땅히 나서서 해야 할 식민잔재 청산이다.

셋째 지역 역사의 증거이자 관광자원인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는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역대 정부의 중점과제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이다. 서울의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각 지역에 혁신도시를 조성하여 공기업을 이전하는 것 못지않게 문화재 제 자리 찾기는 지방 문화분권의 핵심이다. 넷째 문화재청에서는 토지매입과 발굴조사, 유적정비를 위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절터의 핵심 문화재인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는 절터를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 역량이 부족해서인가!

다섯째 법천사 터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절터 주변은 개발이 제한되어 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으니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관광자원이 되는 핵심 문화재는 돌려주어야 한다. 이런 논리에 기초하여 문화재청을 방문하고 회의가 있을 때마다 지광국사탑을 돌려줄 것을 설득했다. 

2017년 11월 25일, 여론 확산을 위하여  지광국사 열반 95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사실 해린 스님은 1070년 돌아가셨으니 열반 950주기는 2020년이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과거의 문화재 안내판, 심지어 국어사전과 국가기관에서 편찬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조차 지광국사 해린 스님이 돌아가신 해를 1067년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비문을 잘 못 읽은 탓이다. 하지만 지광국사탑 귀향 여론 확산을 위하여 잘못된 정보를 취하여 3년 앞당겨 950주기 추모제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 육법공양

추모제는 불교단체에서 승탑이 떠난 터에 향, 등(초), 꽃, 과일, 쌀, 차 등 여섯 공양물을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고 이애주 선생이 안식처(현묘탑)를 잃어버린 해린 스님의 혼을 달래는 헌무를 추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지광국사탑의 귀향을 바라는 고창영 시인의 자작시 낭송으로 마무리되었다. 

지광국사탑이 있던 승탑원도 정비했다. 지광국사탑이 있던 곳에는 화강석으로 기단을 만들어 지광국사탑이 있던 곳임을 표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안내판 글은 통상적인 문화재 안내판과 다르게 썼다. 문화재의 크기와 양식 등 어려운 용어가 나열된 일반적인 안내판 문안 대신 지광국사탑이 겪은 수난과 아픔을 담았는데 필자가 기초한 문장을 시인인 김은철 교수가 감성적으로 다듬었다. 지광국사탑이 있던 터에는 주민들과 함께 노란색 상사화를, 승탑원 주변에는 노란색 국화를 심어 지광국사탑의 귀향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표현했다.

부론면 법천사지 주변 주민과 시민들을 모시고 지광국사탑이 입원하여 대수술을 받고 있는 대전의 문화재보존과학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보존처리 담당자들을 격려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4차례(160여 명)에 걸쳐 방문한 것은 기대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