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얼광장 내 얼교육관.

원주시가 행구동 석경사 인근에 원주 얼광장 1단계 사업을 추진하며 투입한 예산은 121억 원이었다. 그러나 2단계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해 원주 얼광장이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됐다.

원주 얼광장 조성사업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원주 출신의 충신, 독립운동가 등 존경받는 인물의 업적과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리는 공간으로 구상했다. 이를 원주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고, 교육·홍보해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취하는 한편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원주의 정신을 교육·홍보하는 원주 얼교육관을 건립했고, 운곡 원천석 선생을 배향하는 창의사의 동재와 서재를 증축했다.

2단계 사업에 제동을 건 건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였다. 인수위는 원주 얼광장 조성 2단계 사업을 잠정 보류하고, 추후 재심의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원주시에 제안했다. 향후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2단계 사업으로 원주시가 계획했던 건 암석원, 헌화대, 역사인물관, 생태숲 등이었다. 원주 얼광장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물은 2단계 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사업비는 도비 31억9천만 원, 시비 23억1천만 원 등 55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이 같은 계획을 철회한 뒤 잔디광장을 만들고, 비탈면 석축 공사를 하기로 했다. 또한, 주차장 100면을 신설하고, 계단·벽천분수 등의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9억7천만 원이 소요된다. 이미 확보한 도비 일부는 반납하기로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해 2단계 사업계획을 내실 있게 조정했다”면서 “인근에 있는 행구수변공원과 연계해 원주 얼광장을 공원 개념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을 확충하기로 한 이유도 치악산 둘레길 구간 중 원주 얼광장과 인접한 운곡바람길숲에 탐방객이 몰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애초 목적에 부합하는 건 아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건 원주시가 원주 얼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원주 얼광장 조성 목적인 원주의 정신을 인물에 맞출지, 도시 정체성에 맞출지 정하지 않고 진행했다. 인물도 근대, 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추진해 꾸준히 비판이 제기돼왔다.

한편 원주시는 한지체험관 건립사업도 변경하기로 했다. 전임 시장 당시 원주시는 한지테마파크 원형광장에 65억 원을 들여 한지체험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건축비가 대폭 상승한 데다 한지체험관을 건립해도 건립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돼 한지체험관을 짓지 않기로 했다. 한지체험관 건립 시 운영비 증가로 원주시 재정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원주시는 한지테마파크 체험장을 확대하고, 전시공간을 재배치하는 등 재구조화를 통해 실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통한지뜨기 시설물을 현대화하고, 전시·체험용 터치식 모니터를 설치하는 한편 냉난방기, 영상플레이어 등을 교체한다. 재구조화에는 23억 원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