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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만 마을 활동가 양성하자

정치도 즐탁동시(櫛啄同時)해야 정대호 또랑광대l승인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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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불평등지수가 80% 이상인데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나는 극도의 명망주의 숭배 사상 때문이라고 본다. 이 명망주의는 하나의 싹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심지어는 운동권에서조차 나타나고 있다. 이 명망주의를 타파하지 않으면 혁명은 개뿔이다.

 우선 명망주의는 학벌주의로 나타난다. 입시제도를 통한 특혜를 바라는 줄서기가 학벌주의다. 둘째는 능력주의로 드러난다.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신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가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떤 사람이 잘 된 것은 능력이 있어서'라고 보는 착각이 오랫동안 지배해있다.

 셋째는 완장주의다. 일종의 감투주의인데 이로 인한 무슨 명함 무슨 대표. 위원장, 회장 심지어는 자격증까지 감투에 연연하는 풍토가 그것이다. 넷째는 물질주의다. 지독히도 우리를 괴롭힌다. 어느덧 우리는 임금의 노예가 되고 금융의 노예가 된다. 알고 보면 토지 불평등부터 기인하는데 이를 막을 혁명적 대안이 없다.

 집값 떨어지는 것부터 불안해하고 슬퍼한다. 다섯째는 조직 패권주의다. 운동권 내에서도 '선후배의 말이면 그런가 보다'하고 무조건 믿고 따르는 태도들이다. 이런 제반의 경향들은 자발적 노예주의를 낳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누군가 또 나서겠지. 나서는 놈이 있으면 그때 가서 따르지 뭐 하는 습을 낳는다. 

 국가와 국토, 국민이라는 생명체를 유지하는 기저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속한 가장 밑바닥의 세포 조직이 무엇인가? 그것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사람의 몸체로 비유한다면 대한민국은 대사증후군 환자와 같다.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중첩된 상태를 말하는데 대한민국 시스템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 부처는 고혈을 짜서 예산을 퍼붓기는 하는데 말단 주민들의 삶에까지 그 혈세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 도시만 해도 변두리는 원도심 또는 구도심 개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이 되는데 읍면 단위에는 농촌 중심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한정되어 있다. 리(里) 단위 사업까지 예산이 지원되고 도달하는 것은 없다. 이것은 리 단위가 알아서 도전해서 경쟁해야 소수의 마을만이 가져갈 수 있는 형태다. 주민들에게 실익이 되지는 못하고 건설업자들만 배부르게 하는 사업이 태반이다.

 마을도 명망주의가 존재한다. 그것은 오랜 집성촌 생활로 이어져 온 혈연적 관계가 유교적 연대로 지배해온 관행으로 인해 마을살림을 이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의도대로 꾸려져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을에 운영 규칙을 정한 정관이 있는 마을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정관은 과연 민주주의고 정관대로 잘 운영이 될까? 

 시골에 26년 살아보니 정말 마을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골이 생태계의 중심이고 거점인데도 금기시되어왔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는 절박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골 마을이 이렇게까지 푸대접받은 일이 있었던가? 갈 데까지 가고 나서야 시골을 찾는, 마치 요양원으로나 생각하는 풍토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긍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주변의 이웃들과 눈을 마주치며 살아가는 데 어색한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 나가려면 마을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정치가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정치가 필요하다. 세포 조직이 건강해야 뼈대도 튼튼할 것이고 장기도 튼튼해진다. 세포 조직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 수많은 사람들이 마을 활동가로 살기를 바라는 이유이다. 마을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리고 위로부터의 정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당장 마을로 들어가 생활 정치를 하자.

 마을 민주주의를 리 단위부터 실현하자. 오랜 관습으로 뒤틀린 부분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자. 그 와중에 신뢰도 쌓고 지자체 중간조직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도 모색해 보자. 마을 정관도 민주적으로 개정하자. 3천500개 읍면동에 1개 면에 약 20개의 리 법정리가 존재하고 1개 동에는 수십 개의 통과 수백 개의 반이 있는데 1개 행정리마다 마을 활동가를 배치하고 1개 통에는 관심공동체를 조직하는 활동가를 배치하여 10만 활동가를 양성하자.

 도시의 관심공동체를 조직하는 일은 복잡할 수 있으니 시골 법정리 활동가부터 지원하자. 이리하면 귀촌에 대한 의욕도 커지고 지역소멸을 막는 데도 일조를 할 수 있다. 하다 보면 위로부터의 법제화나 지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든 주민자치회든 마을 구석구석 파고드는 행정복지시스템이 아니면 오십보 백보다. 민주주의는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부터 꿈틀대고 내가 자력으로 귀족적 삶을 살고자 할 때 민주주의는 싹튼다. 

 동시에 우리의 사고는 지구연방적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럴 때 외부에서의 충격이 나와 우리 마을의 장애물을 벗겨내는 마중물이 되리라 본다. 내가 소속한 곳에서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병아리가 되듯 꿈틀거려보고 다른 마을을 볼 때는 훈수해줄 수 있는 어미 닭이 되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자. 그것이 즐탁동시로 이루어질 때 조금은 나은 농촌 마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대호 또랑광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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