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표현의 자유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예술 활동의 조건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예술인은 「문화기본법」 제4조에 따른 문화권을 가진 시민이자 문화도시 실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

 예술인은 노동과 복지에 있어 다른 종류의 직업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는다. 예술인은 성평등한 예술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누구든지 예술인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예술인은 시의 예술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예술인은 신체적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예술 활동을 할 권리를 갖는다.

 시장은 예술인의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노동과 복지에 있어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시장은 예술을 검열하여서는 아니 되며, 예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의 결정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시장은 예술인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시행하는 경우 정책 결정과정에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시장은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성폭력을 금지·예방하고 피해자의 보호와 권리구제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시장은 예술지원기관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예술지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지난 2월 23일 광주광역시 예술인 지위와 권리보장 조례가 공표되었다. 참 당연한 내용이다. 인간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예술인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명문화 했다. 광주시립극단 내 발생한 부조리한 갑질과 예술인 권리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랜 숙의 끝에 만들어진 의미 있는 조례다. 

 광주시립극단 문제는 일부 간부직 공무원이 계약직 단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계에 의한 갑질이 계기가 되었다. 매년 이맘 때면 모든 예술가들이 그 해 창작활동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피말리는 시간을 보낸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작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지 목적과 기획의도, 추진배경, 필요성, 구체적인 내용과 주제, 컨셉, 행사구성, 홍보계획과 관객 모객 계획, 예산 내역, 사업성과와 해당분야 파급효과, 향후 발전방안까지 작성해야 한다. 

 언급한 내용들을 완벽하게 작성하고도 때때로 심의위원들 앞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까지 하게 되면 최고 1천500만 원을 지원 받는다.(원주문화재단 2023년 기준)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예술인들이 위의 내용들을 작성하는 것이 마땅치도 않거니와 제대로 내용을 채우기도 무척 벅차다. 

 쥐 꼬리 만큼 지원하면서 작성하라는 내용도 많은 것 같고, 지원 이후에 영수증 챙기는 일도 마뜩잖다. 갑질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지원신청서 작성 중에 몇 번씩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예술인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간극이 있다 보니 지원기관과 예술인 사이에는 균형추가 무너질 수 밖에 없고, 양자간에는 갑과 을이 자연스럽게 고착된다. 

 예술지원이 절실한 예술가들에게 지원기관은 권력화되고 점점 관료화된다. 예술인들의 권리와 지위를 고려하기 보다는 선명한 지원신청서 작성과 무탈한 행정절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는 일이 자연스러워 진다. 그 결과 정시 공모 지원금의 몇배 가까운 예산을 차라리 직접 사업으로 쓰며 예술 생태계에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즉 예술시장의 큰 손인 셈이다. 

 지원기관 종사자들이 예술생태계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예술인들이 창작환경과 국가지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안 지원기관은 방만해지고 사유화 되며 통제 불능이 되기도 한다.

 결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지원기관들을 행정중심체제로 바꾸려고 들 수 밖에 없다. 선거가 끝날 때 마다 체제 변화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최근 문화재단과 국·공립 미술관 등에 고위직 공무원이 수장으로 임명되는 사례가 그렇다.

 오늘도 지원신청서 쓰느라 밤을 세우고 있을 지역 예술인들에게 당신들의 분투가 예술인들의 지위와 권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지원신청서 좀 잘 쓰시라. 그래서, 파이팅!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