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어지는데 오늘 왕진 다녀온 두 분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한 분은 70대 남자 환자이신데 전립선 말기 암을 치료받고 나와 소변줄이 빠져서 급하게 왕진 요청이 왔었죠. 본인이 살기 싫다고 소변줄을 빼버렸다고 하네요. 가서 보니 방광에 소변이 차 있어 아랫배가 딱딱하고 무척 불러있었어요. 

 2일이나 지났다는데 이해가 되지는 않더군요. 간호 선생님이 요도관 삽입을 시행하다가 막히고 출혈이 있어 중단하고 응급실에 가실 것을 권유드렸어요. 요도관으로 소변만 빼내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환자는 마약성진통제를 드시고 계셔서 방광의 팽창으로 인한 통증도 잘 못 느끼고 잠에만 취해 있는 것 같았어요.

 병원에 와서 차트를 보니까 몇 달 전 왕진을 했었고, 너무 생활이 비참하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것이지요) 시청 복지정책과에 연락하여 도움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부탁했었던 분인 것을 알고 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복지정책과 담당자에게서 돌봄 지원을 정기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말을 들었었는데 말입니다. 그동안 전립선암이 발견되었고 얼마나 삶이 힘들고 괴로웠으면 요도관을 빼버리면서 치료를 거부할까. 따님이 강릉에 살고 계시다고 하네요. 따님은 아빠의 이런 고통을 알고 있을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문막 비두리에 사시는 할머니는 아드님이 시설에 보내려고 치매진단서를 요청하셨던 분이세요. 아드님은 시내에 살고 어머님이 혼자 살고 계시는데 어지럼증으로 자꾸 넘어지고 골절이 되고 위험해서 시설로 모시려고 한답니다. 

 지난주에도 넘어져서 늑골이 3개나 골절이 되어 가슴에 복대를 하고 계시더군요. 집 대문 앞이 차들이 속도를 내어 다니는 큰 도로이고 할머니 치매가 심해지고 점점 기억력이 없어져서 걱정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할머니께선 절대 시설에 안 가시겠다고 하네요. 시설에서 여럿이 같이 살고 싶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하십니다. 혼자서 자유롭게 평생 사시던 곳에서 이웃과 함께 살고 싶으신 것이지요. 충분히 이해가 갔었요. 많은 어르신이 시설보다는 살던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하십니다. 

 고령화되어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최근 왕진 같은 재가돌봄의 욕구가 높아지고 사회 이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말기 암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 가정 호스피스도 점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요.

 아드님은 몇 년 전 아버님을 여러 해 동안 돌보며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아버님에 이어 어머님까지 계속 간병하면서 지쳤다고 할까요. 힘들어 보이더군요. 너무 힘들어 정신과 약도 먹고 있다고 하네요. 핵가족사회가 되고 혼자 사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 돌봄을 개인 가족에게만 짐을 지울 수는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국가나 사회에서 돌봐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요양보험이 생겨서 전 국민 건강보험료에 포함되어 있고 노인병원이나 요양원 그리고 주간보호센터, 재가복지센터 같은 다양한 노인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최근에는 왕진 같은 재택 의료돌봄이 생겨나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 왕진을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시설에 보내려는 아드님과 가지 않으려는 할머니의 갈등도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왕진 다녀보면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화목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어르신도 계시지만 질병의 고통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삶의 마지막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쓰려집니다.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