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때 부터 재능을 인정 받았던 이하은 양(민족사관고 3). 주니어태학에서 출판한 '2080년의 낭만' 표지.

10대가 바라보는 2080년은 어떤 모습일까? 그 시대에도 낭만이 남아 있을까? 올해 고3이 되는 이하은 작가가 그린 2080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우려와 기대를 적절히 버무려 보여준다. 

주니어태학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 '10대의 원고지' 첫 번째 작품으로 이하은(민족사관고 3) 양의 소설 '2080년의 낭만'이 선정됐다. 원주삼육중학교를 졸업한 이 양은 신림에 거주하는 이훈주(무역회사 운영)·임소진(변호사) 씨의 외동딸이다. 

8살 때 처음 쓴 동시로 주변 어른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던 이 양은 10살 때 첫 시집 '책나라 여행'을 출간했다. 이후 학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습작활동을 이어왔으며, 10대가 끝나기  전 한 번 더 본인의 이름을 건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 그동안 틈틈이 쓴 단편작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 중 한 출판사로부터 '2080년의 낭만'의 분량을 늘여 단편집으로 내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수정을 거쳐 지난달 15일 이 양의 두 번째 책을 발표하게 됐다. 작품은 출간 후 온라인 도서사이트 청소년소설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발전소 폭발사고로 폐허가 된 2080년을 배경으로 삼은 SF소설이다. 발전소 파괴로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한 젊은이가 친구와 손편지로만 소통하면서 나누는 우정과 아픔, 낭만을 그렸다.  

이 양은 이번 소설을 2011년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가 상상한 2080년은 과도한 기술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하는 암울한 시대이다. 홍채 염색 실험대상으로 아이들을 착취하는 일들이 암암리에 행해지는 모습을 통해 사각지대 문제를 외면하고 덮어두는 모습을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인 미래만을 그린 건 아니다. 두 친구의 끈끈한 우정을 구시대적이지만 가장 정성들여 소통하는 방식인 손편지로 설정해 그 시대의 낭만을 보여준다. 또한, 여러 사회문제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국가에서 양육하는 시스템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현재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미래의 명암을 적절히 보여준 이 작품을 이 양이 원주삼육중 3학년 재학시절에 초안을 작성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19일에는 책 출판 기념으로 서울에서 첫 작가 북콘서트를 가졌다. 그동안 부모님과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작품을 공유했던 이 양에게 다양한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공감해 주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규모 행사임에도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10대 작가의 소설 뒷이야기와 글쓰기 비법에 대해 궁금해 했다. 특히, 바쁜 학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쓰기를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을 꼽았다. 이 양은 "의무사항이 아닌 일을 우선순위에 먼저 두어야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며 "글을 쓰는건 공부보다 의무사항은 아니었기에 글쓰기를 가장 먼저 한 후 다른 일들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양은 학교 생활 중에도 문예창작 동아리와 연극동아리 등 5개의 글쓰기 관련 동아리에서 한글과 영문 에세이, 연극 극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글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고3이 된 이 양은 대학에 진학해서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철학은 모든 판단의 근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해당 분야를 더 깊게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철학 지식을 기반으로 '2080년의 낭만'을 집필한 것처럼 심도 깊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작품을 쓰고 싶다고 소망했다. 다음으로 구상하는 소설은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