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가 1963년 5월 3일 보도한 원주경찰서 순경 살인사건에 대한 허위증언 관련 기사.

66년 전 원주에서 벌어졌던 살인누명 사건이 재심을 통해 진실이 규명될 전망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14일 열린 제52차 위원회에서 ‘수사기관의 고문·가혹 행위에 의한 살인누명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원주에 소재한 육군 헌병대 소속이었던 고 최모 씨가 1957년 10월 26일 다른 혐의자 2명과 공모해 원주경찰서 소속 순경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받은 것이었다. 최 씨는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재심에서는 ‘상해치사 및 시체유기죄’로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경의 수사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과 가혹 행위를 받았지만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는 주점 여인의 허위자백을 근거로 기소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 결과 당시 수사와 재판 기록을 통해 3명의 피고인과 다수의 증인이 이 사건과 관련된 각급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경찰·검찰의 고문과 가혹 행위, 자백 강요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주점 여인이 위증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증언을 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점도 확인했다. 특히 공범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 중 1명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언론에 수사 과정에서의 혹독한 고문과 가혹 행위에 대해 기고했던 점도 확인했다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전했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고문·가혹 행위·자백 강요 등 위법행위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따른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인정해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행한 고문과 가혹 행위 등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위법한 수사에 의해 범죄사실이 조작된 확정판결에 대해 국가는 진실규명 대상자 등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된 국가 조사기관이다. 항일독립운동과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이 희생 사건 및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 시기 인권침해 사건, 3.15의거 사건, 그 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조사한 뒤 국가에 대해 후속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