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또는 문화예술이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는 예술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그 활동의 구체적인 성과를 따지지 않고 보조금을 제공한다.

 심지어 어떤 예술가의 작품 활동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예술 행위 자체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낸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것은 예술 활동의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우나,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모두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기에 많은 예술인들은 다른 어떤 영향을 받지 않고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발휘한다. 

 그러나 특정 개인이나 예술단체의 문화예술 활동이 아닌, 원주시의 '문화도시'라는 국고 사업이라면 이와 관련된 어떤 문화예술 활동은 반드시 원주라는 도시가 매력적인 공간이나 삶의 터전이 되도록 하는 것과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주시는 문화도시 사업으로부터 원주시민들에게 어떤 가치를 창출하게 함으로써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까 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문화예술 활동을 그 자체로 보는 것을 넘어서 도시와 그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서 문화도시 활성화에 힘썼던 선진국 사례들에서 나타난 가치창출 전략들을 살펴보면 원주시가 고민해야 할 부분에 약간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문화예술 활동은 도시에 매력적인 환경을 촉진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지역마다 고유의 독특한 전통과 문화를 살려 흥미롭고 대중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이벤트와 축제를 개최한다.

 이러한 활동은 시민들에게는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외국인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령, 스페인의 인간 탑 쌓기는 방문객들에게 기괴하고 위험한 행위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쇼에 못지않을 정도로 흥미를 자아낸다. 200여 년의 전통문화로 그 지역민에게는 결속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둘째, 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박물관과 공공도서관들은 시민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활동의 원천으로 활용된다. 박물관들은 지역민이나 심지어 먼 곳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은 물론이고 관광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로 바뀌어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방해 받지 않고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지역의 공공도서관 운영에도 새로운 혁신을 제공하였다. 따분하고 지루한 공간이 아닌 다양한 간접체험을 하고 쉼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셋째, 한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과 자원들은 장기적으로 관광적 가치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물론 역사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도시이다. 하지만, 평범한 골목의 거리에는 문화 자체를 곳곳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개인 집의 벽에 극히 평범한 작은 돌들이 예술적으로 배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나에게는 지역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도시의 매력이지만, 미술관 주변은 작품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또 다른 종류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넷째 외국을 방문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가는 장소가 광장이다. 그러한 공공장소에는 반드시 문화유산이 있고, 시민들이 무형의 문화활동이 곁들여 져서 방문객들이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조형물이 배치되어 있고, 방문객에게 쉼터로서 독특한 역할을 한다. 

 원주의 문화도시 사업은 앞으로 3년을 남겨 놓고 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지금까지 추진했던 세부적인 문화도시 활동이 방향성을 잡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원주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가치 창출로 결실을 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미래콘텐츠연구소 소장  wonjutoday@hanmail.net